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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넘긴 건 자기 자신이었다[이백자칼럼]
심규진 | 승인 2018.06.14 10:59
영화 <챔피언> 스틸 이미지 ©네이버영화

[논객닷컴=심규진] 한 편의 영화는 종종 인생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이 내 마음에 값진 흔들림을 주면 그것이 바로 흥행이다. 얼마 전 관람한 ‘챔피언(김용완 감독, 2018)’은 예상되는 스토리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주인공인 마동석의 팔뚝에만 감탄하다 영화가 끝날 줄 알았지만 팔씨름에 담긴 가족 이야기가 생각 이상으로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었다. 마동석의 알 수 없는 다양한 표정이 잔잔함에 깊이를 더 했고 뻔한 팔씨름 경기에 박진감을 선사했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팔씨름하기를 즐겼다. 잘하진 못하지만 상대를 넘길 때의 짜릿함은 참으로 신선했다. 어른이 되고 팔씨름을 할 기회가 없을 뿐더러 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없기에 이제는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생계유지’라는 상대와 매일 씨름하고 있다. 내가 매번 넘겨야하는 팔씨름 상대는 직장에서의 일, 집세, 생활비, 예상치 못한 봉변 등이다. 이러한 씨름은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수천만 직장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마동석은 팔씨름 대회 결승전에서 반칙에 능한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 그의 팔이 거의 넘어가기 직전 자신의 손을 잡아준 가족들을 떠올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를 팔을 넘긴다. 그가 넘긴 건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그의 원동력은 ‘승부욕’이 아니라 ‘자기증명’이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팔씨름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결승전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나 또한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 매달 상대를 꺾듯이 밥벌이를 한다면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른다.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자기증명을 하면 된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언제나 내 손을 잡아주는 가족도 있다. 그렇다면 나도 내 인생의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심규진  zilso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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