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6.13 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총 17석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단 2석만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 다음날,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6선의 중진 김무성 의원은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던 정진석 의원은 당이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의 상황을 세월호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선거에 참패한 당의 상황이 완전히 침몰한 배와 같다는 절망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꼭 ‘세월호’ 라는 이름을 넣어야 했을까? 그에게 세월호는 사고로 완전히 침몰해 버린 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일까?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무릎을 꿇고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나는 아직도 세월호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세월호는 아직도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배가 기울여졌고, 그 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져 결국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을 상징하는 선박이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비유해서 비난받았던 의원도 있었다. 세월호가 바다 한가운데서 한쪽으로 기울여 넘어간 것은 사고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후 승객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남기고 자기들만 허겁지겁 배를 빠져나간 선장과 승무원들, 어떤 이유에서든 신속한 구조작업을 하지 못했던 해경, 사고 발생 후 7시간 반 동안 사저에 머무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대통령과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정부관계자들로 인해 단순한 사고로 끝났을 일이 거대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변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생채기로 남을 이름인 세월호를 선거에 진 당의 상황과 비교해 완전히 침몰했다라고 표현하는 정진석 의원을 보며 과연 정치인의 언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이번 지방선거 후반에 터진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 발언으로 자유한국당은 더욱 더 힘든 선거를 치러야 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으로 이사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그의 발언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분노케 했고 정 의원은 결국 당을 떠나야 했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도 정 의원에 대한 집단 소송이 준비 중이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인천에 살고 있는 한 시민은 아들이 우리 망해서 인천에 온 거냐고 물었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정 의원은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 유정복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인천이 그만큼 살기 힘든 지역이라는 걸 강조하려다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 되는 말 중에 ‘불임정당’이라는 말이 있다.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 당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어 존재감이 미약한 정당에게 주로 표현하는데 실제 불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부부들이 그 말을 듣는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국민들의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하면서 어떤 정치로, 무슨 정책으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까?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하나같이 시민을 하늘 같이 섬기겠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리를 조아리고 도와달라고 한다. 무릎 꿇고, 큰절하고, 마치 당선만 시켜주면 무엇이라도 다 하겠다는 듯 읍소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 모든 말들이 다 물거품 되고 마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말이 가지는 영향력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설령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말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것이 정치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똑같은 실수들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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