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련의 그림자]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1948년 첫 선거 당시 선거권은 ‘국민으로서 만 21세에 달한 자’에게 주어졌다. 이후 1960년 만 20세로 낮춰지고 45년이 지나고 나서야 만 19세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청소년은 타인의 영향에 의해 정치적 의견이 결정될 수 있고, 제도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반박하며 도돌이표같은 논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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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일정한 연령이란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헌법 제24조에 따르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즉 입법자가 그 나라의 역사, 국민의 의식수준 및 교육수준, 국가와 사회의 민주화정도, 언론의 자유보장 정도, 세계 각국의 추세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만 19세’란 기준은 합리적일까?

이 의문에 대해 크게 세 가지 논점이 있다. 하나는 ‘청소년의 성숙도’다. 청소년이 미성숙하다고 보는 이들은 아직 보호자에 의존하는 시기기 때문에 정치적 의사표현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거나 정치적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치교육의 부재 문제와 더불어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할 우려를 표한다.

반면 청소년이 성숙하다고 보는 이들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정보통신 및 교육의 발전으로 정치적 판단능력이 크게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의 통계를 봐도 한국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고 국민 대다수가 공교육을 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이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나아가 성숙이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에 ‘성숙도’가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두 번째로 ‘의무와 책임의 형평성’이 있다. 현재 만 18세는 병역의 의무를 지고 취업도 가능하며 그에 따라 납세의 의무도 진다. 이렇게 이들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법적으로 운전면허 취득, 결혼이 가능하다고 여기는데 왜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가? 우리와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이러한 시기가 있었다. 당시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할 군인의 징집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춰 청소년도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는데, 희생을 요구하면서 정작 참정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모순이 발생했다. 그들은 “Old enough to fight, Old enough to vote”라고 외치며 투표권인하 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1971년 18세로 헌법을 개정한 바 있다.

세 번째로 ‘세계적 추세’가 있다. OECD 국가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만19세인 사실과 심지어 만 16세로 낮추는 나라도 있는 것을 봤을 때, 이 문제는 2000년 초반에 논의됐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와 더불어 UN 아동권리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아동의 사회생활의 참여의 권고, 국가인권위의 연령 하향이 정당함을 국회의장에 표명한 사건도 고려하면 더 이상 세계적 추세보다 우리나라에 맞게 바꿔야지만을 외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성인들도 특별한 정치교육없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능력은 딱 만 19세가 되는 순간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익히는 것이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격리는 청년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무관심의 길로 안내할 수도 있다. 우리는 마치 신입을 뽑는 자리에 경력을 요구하는 기업들처럼 청소년에게 자격을 들이밀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감이 누구인가에 따라 정책은 바뀐다. 정작 이 영향을 크게 받는 당사자들은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앞으로 정책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을 이들이 어른들의 정치적 대상으로만 소비되고 있다. 청소년은 아직 어리다, 미성숙하다는 식의 편견으로 그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흑인과 여성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던 시기가 끝나고 현재에 이르렀다. 편견을 벗어나 더 늦기 전 시대에 맞게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

 최혜련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회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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