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연구소서 감정 못해 VS 한국미생물학회 신뢰할 수 없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왼쪽)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메디톡스, 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대리를 맡은 양측 변호사들도 법정에서 거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제61부(윤태식 재판장)는 20일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원고는 메디톡스, 피고는 대웅제약과 (주)대웅이다. 소송가액은 11억원이다.

지난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한 후 양측은 한국과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같은 재판을 두고 상반된 해석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힘겨루기도 치열하다.

윤 재판장은 이를 의식한 듯 변론을 진행하기 전 양측에 자제를 주문했다. 그는 “최소한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소송 관련 내용이 그릇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며 “언론에다 일방적인 얘기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 오해가 증폭돼서 감정 신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재판장은 “원고 감정 신청서를 보면 피고가 무슨 꿍꿍이속을 가지고 감정을 반대하다 태도를 바꾼 것처럼 씌어 있다. 아주 부적절하다. 재판부가 어렵게 피고 측을 설득했다”며 “회사(메디톡스)가 그렇게 써달라 했어도 대리인이 잘랐어야 했다”고 했다.

윤 재판장의 당부에도 원·피고 대리인의 강경한 자세는 재판 내내 계속됐다. 감정 방법에서 양측 입장이 너무 달랐다. 메디톡스는 염색체 감정, 대웅제약은 포자 형성 감정을 신청했다.

원고 대리인은 “피고 감정 신청대로라면 감정인이 대웅제약 연구소에 가서 감정해야 한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피고 대리인은 “원고가 균주 바꿔치기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균주를 외부에 반출하려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해야 한다”며 “감정인이 오기 전 균주를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재판장은 “감정 대상 균주가 대웅제약이 도용 의혹을 산 그것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원고 의문을 무시할 순 없다”며 균주 동일성 확인 방법을 검토하자고 했다.

원고 측은 염색체 감정이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염색체 안에 있는 유전자를 통해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균주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고 대리인은 “염기서열 중 16s rRNA가 일치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16s rRNA는 같은 보톡스 균주인지 확인할 수 있는 염기서열이다.

피고 측은 포자 형성 감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피고 대리인은 “균주 동일성 확인 방법은 서면으로 내겠다”면서도 “포자 형성 감정을 통해 양측 균주가 다르다고 나오면 재판은 바로 끝난다”고 했다.

그는 “균주가 시설 밖으로 나가면 유출 위험이 있다”며 “예민한 정보인 염기서열을 굳이 원고가 얻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양측은 감정 기관 문제로도 팽팽히 맞섰다. 원고 대리인은 “객관성을 가진 전문 기관이 균주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면 된다”고 했다. 피고 대리인은 “원고 추천 기관 중 한국미생물학회는 메디톡스 대표이사와 서울대 미생물학과로 연결돼 있다.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다시 상황을 정리했다. 윤 재판장은 “서로를 믿지 못하면 감정을 할 수 없다”며 “일단 포자 형성 감정을 먼저 해보자. 그걸로 안되면 염색체 감정을 하겠다”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8월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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