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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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연락과 애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감정을 깊게 나누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는 연락이 늦는 내게 묻곤 했다. “너는 내가 뭐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연락을 꼭 자주 해야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현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얼마 가지 못해 사귀던 남자친구와는 여러 성격 차이로 인해 이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락문제는 그저 연인 사이에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함께 졸업한 친구들이 있다. 크게 싸운 적도 없고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학교를 편입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새롭게 적응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1학기 내내 전공공부를 비롯해 영어강의까지 수강하며 바람 잘 날 없는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편입생인 만큼 다른 학생들 수준에 발맞춰나가기 위해 밤새 과제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와 멀어졌다고 동요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추기란 쉽지 않았다. 대체 왜라는 질문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속하지 않은 메시지 대화방을 만들고 나를 제외한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졌다. 내가 너무 바빠졌다는 것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학창시절에 친구를 만나기란 쉽다. 날마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며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각자 흩어져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만난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마도 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얼굴을 보기란 힘들어질 것이다. 바쁘다는 말은 핑계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주길 바란다. 연락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 또한 시간을 쪼개서 먼저 연락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세세한 이야기들을 말로 직접 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에는 그마저도 감정노동으로 느껴진다. 1년에 한 번만 보더라도, 언제 만나도 기분 좋게 웃는 얼굴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그런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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