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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창작도 노동이다[이광호의 멍멍멍]
이광호 | 승인 2018.07.05 11:04

[논객닷컴=이광호]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를 운영하던 김리뷰가 7월 2일 <공식적으로 콘텐츠를 포기하면서>라는 글을 올리며 콘텐츠 포기를 선언했다. 팔로워 45만 명이 넘는 꽤 인기 있는 페이지였다. 그에게 콘텐츠는 ‘좋아요와 댓글과 조회와 공유 수 같은 것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었고, 글은 ‘날 위해 쓰는 것’이었다. 더 이상 콘텐츠는 싫다고 했다. 동시에 ‘난 좋아요 숫자 대신 밥과 김치와 물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생물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많은 반응을 얻어도 고료가 지급되지 않는 콘텐츠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의 리뷰 활동에 다른 의견을 내던 사람들도 아쉬워했다. 창작이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 그 불안함은 다른 창작자들도 겪어본 일이었기 때문이다.

©리뷰왕 김리뷰 페이스북 페이지

자유로운 창작의 가능성

인지도가 있는 작가라면 비교적 쉽게 출판을 하거나 기고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유명인의 이름 자체에 셀링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인 창작자들은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창작물이 수익으로 이어지긴 힘들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작품을 블로그나 SNS, 웹툰 플랫폼 등에 먼저 공개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흔히 말하는 대박이 터지면 플랫폼의 선택을 받아 페이지 메인 혹은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된다. 이런 영광을 얻은 콘텐츠는 출판이나 연재, 기고 제의를 받기가 비교적 쉬워진다. 하지만 플랫폼의 도움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별 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실력을 쌓고 피드백을 받는 기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소득과 보상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창작을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을 바꿔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김리뷰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주관적 의견을 표출할 수 있으며, 좋은 콘텐츠는 대가를 지불받을 수 있는 콘텐츠 조합 커뮤니티를 구상했다. 그렇게 2015년 우수 리뷰어에게 고료를 지급하는 형태의 리뷰 전문 페이지 ‘리뷰공화국’이 시작되었다. 약 한 달 만에 7000명 넘는 회원이 가입했고 48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재정 문제로 금방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시도는 이어졌다. 사람들에게 펀딩을 받고, 해외의 웹 개발팀의 투자를 받아 ‘리뷰 리퍼블릭’ 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7년 11월 재정악화로 팀원 전원이 퇴사하고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는 것 또한 자본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창작자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연재나 기고 청탁은 규칙적이지 않다. 고료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경제적 불안정은 창작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더 이상 청탁을 기다리고 있지 않겠다며 스스로 플랫폼이 된 사람들이 있다. 만화가 ‘잇선’은 올해 2월 독자가 2만원을 내면 일기와 그림을 보내주는 ‘센드 노트(Send note)’를 기획했다. 텀블벅을 통해 독립 출판한 책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어 이슬아 작가는 매일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내주는 ‘월간 이슬아’를 시작했다. 포스터에는 ‘아무도 안 청탁했지만 쓴다, 날마다 뭐라도 써서 보낸다’라는 문구가 함께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헬조선 늬우스’ 운영자 박현우씨도 이를 참고해 ‘일간 박현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월간 이슬아가 수필을 보내준다면 일간 박현우는 칼럼이나 비평 위주의 글을 보내준다.

잇선은 덕분에 투잡을 잠시 미뤄도 될 것 같다는 감사를,
박현우는 내가 쓰고 싶은 글, 쓰고 싶은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매력을,
이슬아는 정면승부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콘텐츠 이용에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OTT 기업 넷플릭스 국내 순 이용자 수는 올 5월 기준 88만 명이 넘는다. 국내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푹(POOQ)도 16년 11월 기준 유료 가입자 수가 52만 명을 넘었다. 동영상을 보는 게 더 이상 무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비현실적으로 적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 규정’의 개정을 진행하면서 저작권자의 수익 배분률을 증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능하다면 돈을 내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올해 검거된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 ‘밤토끼’의 월평균 방문자 수는 무려 3500만 명이었다. 피해액은 약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부 지자체나 기업에서 아티스트들에게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무료 노동을 요구했다 비난을 받고 철회한 경우도 있었다.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창작이나 문화 예술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콘텐츠 제공도 엄연한 노동의 산물이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지불되어야 한다.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었을 때 창작자에게도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주어질 것이고, 더 나은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이 전제되어야만 문화산업 전반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불법 콘텐츠 유통 근절과 콘텐츠 이용료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신인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이광호

 스틱은 5B, 맥주는 OB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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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dumber4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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