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올 여름 이후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급증한다면 이는 ‘팝 디바 비욘세-래퍼 제이지 부부’ 덕분일 것이다. 미국의 초특급 스타 부부가 루브르박물관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 ‘에이프쉿’(Apeshit)이 인터넷을 달구면서 뮤비 속 박물관 소장품이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에이프쉿’ 뮤비는 지난달 16일 공개 후 20일이 지나 유투브 조회수가 6000만을 넘어섰다. 이 곡은 음악뿐아니라 루브르 대표작과 럭셔리 패션이라는 볼거리로도 ‘핫’하다. 박물관을 멀리하던 이들도 힙합과 어우러지는 ‘모나리자’를 친근하게 느끼며 그 여세로 루브르를 찾게될 지도 모를 일이다.

에이프쉿에 쏠리는 사람들의 열띤 반응에 화답하듯 루브르는 발빠르게 ‘루브르의 비욘세-제이지’라는 이름의 투어 프로그램을 주 4회 신설했다. 6분 길이의 뮤비에 ‘출연’하는 17점의 명작을 살펴보는 90분 길이의 투어는 루브르의 인터넷사이트서도 홍보가 한창이다.

서구 언론들은 에이프쉿이 “음악 미술 패션의 튀는 협업”이라며, 뮤비에 등장하는 명화와 패션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있다. 서구 유명박물관 소장품의 주인공으로서 비주류인 흑인과 여성의 재해석을 시도했다거나, ‘에이프쉿 속 루브르 명화의 이해’ 혹은 ‘뮤비속 비욘세-제이지 부부의 패션’에 대한 후속 기사로 이어진다

에이프쉿 뮤비에서 부부는 박물관의 상징작을 배경으로 자신들 이야기 같은 가사를 강하게 읊는다.

‘빠르게 돈 쓸어담아 / 람보르기니만큼 빠르게 / 무대 위에선 날아올라 / 관중들은 즐겨주길 / 우리가 이만큼 오다니 / 그만큼 모두에게 감사할 뿐…’

이런 노랫말이 흐를 때 16세기 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 기원전 2600년경 이집트 타니스 스핑크스와 기원전 2세기경 ‘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 같은 기원전 작품도 영상에 뜬다.

특히 프랑스 신고전주의 대표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은 1807년작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시작으로 1784년작 ‘호라티우스의 맹세’, 1799년작 ‘사비니 여인’ 및 1800년경 ‘레카미에 부인’까지, 유독 여러 점 등장한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공식화가였다.

이밖에 16세기 르네상스화가 베르네세의 ‘가나의 결혼식’, 피오렌티노의 ‘피에타’ 및 19세기프랑스 회화인 들라크루아의 ‘구렁이 파이톤을 물리친 아폴론’,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과 ’돌격하는 경기병’ 및 여성화가 마리 기요맹 브누아의 ‘흑인 초상화’도 뮤비에 스쳐간다. 박물관 외관으로는 유일하게 건축가 I M 페이의 1989년작 유리 피라미드도 만날 수 있다.

에이프쉿 뮤비의 또 다른 시각적 호사는 명품 패션이다. ‘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 조각과 함께 하는 비욘세의 흰 의상은 한쪽 어깨에 알렉시스 마빌의 케이프를 두른 12만 유로(약 1억 5천만 원) 상당의 스테판 롤랑 드레스다. ‘모나리자’ 장면에서 부부의 파스텔톤 커플룩도 인상적이다. 비욘세의 핑크색 바지 정장과 제이지의 연녹색 정장은 각기 디자이너 피터 필로토, 드리스 반 노튼의 옷이다.

장엄한 분위기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 앞에서 비욘세는 몸매가 드러나는 버버리의 체크 무늬 레깅스 차림으로 무용수들과 함께 춤춘다. ‘에이프쉿 패션’으로 베르사체, 존 갈리아노, 구치, 발망, MCM 등의 의상과 액세서리들이 패션쇼같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유럽 유명 아트페어를 직접 찾는 등 미술품 컬렉터로 소문난 힙합부부는 그동안 자신들의 미술사랑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드러내왔다. 2014년 10월 루브르박물관으로의 가족 나들이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일찌감치 루브르에 러브콜을 보냈다.(2014년 ‘모나리자’ 앞 기념사진과 비슷한 장면이 에이프쉿 뮤비에 몇차례 등장한다)

그 해 할로윈데이에는 부부가 각기 미국과 멕시코의 스타미술작가 장 미쉘 바스키아, 프리다 칼로처럼 차려입고 딸과 함께 한 가족사진을 공개했다. 제이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피카소 베이비’ 앨범을 뉴욕 첼시의 유명화랑인 페이스에서 촬영하며, 진작부터 힙합과 미술의 만남에 적극적이다.

에이프쉿은 최상위 슈퍼리치, 슈퍼 컬렉터로 부상한 힙합음악인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한편, 박물관 소장품 중 인물화의 주류가 백인이고 여성 누드가 압도적으로 많은 서양미술의 현장에서 비주류, 소수자로서 흑인과 여성의 편치않은 시선을 담아낸다.

명화 모나리자와 흑인 음악이 만난 뮤비, 루브르의 투어 프로그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4월 미국 래퍼 겸 프로듀서인 윌 아이 엠의 ‘스마일 모나리자’는 제목부터 모나리자다. 윌 아이 엠의 뮤비에는 모나리자부터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 루브르 명화에 흑인을 패러디한 초상화가 여럿 등장했다. 루브르는 윌 아이 엠의 뮤비 속 명화에 집중하는 투어를 시도했다.

2013년 ‘스마일 모나리자’와 2018년 ‘에이프쉿’에는 둘 다 모나리자가 등장한다. 5년 간의 변화라면 5년 전 래퍼는 새벽 2시쯤 박물관 틈새시간을 이용해 작업했지만, 2018년 에이프쉿 뮤비는 제이지-비욘세 부부가 박물관을 통째로 빌려 텅 빈 박물관에서 촬영했다. 초대형 힙합 스타와 협업을 시도한 루브르의 감각적 마케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서도 방탄소년단이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현대미술을 배경으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한류 스타와 함께 하는 국립중앙박물관 비디오 가이드는 어떨까.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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