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은퇴 후 충북진천으로 내려간 친구를 몇 년 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살아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얼마나 살기 좋기에 하는 궁금함도 더해진 방문이었다. 농사를 짓는 마당 텃밭 크기도 일이백 평은 실히 되니 귀농이라 불러도 될듯 하나 생계를 농사일에 의존하는 건 아니니 귀촌이라 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동네를 한 바퀴 돈 후 마을에서 떨어진 인근 산길을 올라가자 길가에 괜찮게 지어진 집 한 채가 보였다. 그 근처를 지나다 군청표시를 한 승용차가 그 집으로 오더니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알아보았더니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그 집에 사는 어르신에게 점심도시락을 배달해주러 온 거였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구나하는 생각이 들다가 도시락에 들어간 비용에 비해 배달비용이 얼마나 높을까하는 의문도 떠올랐다.

©픽사베이

경제활동의 3주체로 가계, 기업, 정부가 있는데 이들 경제주체들은 한결같이 수입을 늘리는데 더 비중을 두지 지출에서의 합리성과 경제성은 소홀히 한다. 살림살이가 빡빡한 서민 이하의 가정에서야 낭비할 게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생존여부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지출에서의 합리성을 늘 따져야하는 기업만큼 지출에서 합리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나랏돈을 쓰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생리상 확보한 예산은 무조건 남기지 않고 쓰려한다. 오히려 남겨서 불용예산을 반납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바보처럼 취급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한번 절약하면 다음해 예산의 출발선이 줄어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얼마전 금융감독원장에서 낙마한 인사도 국회의원 임기를 얼마 안 남기고 남은 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가까운 의원들이나 단체에 지원하는 식으로 모두 사용했다는 것도 알려진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만든 재정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7.4% 증가해 2017년에는 129조원에 달했다. 이는 정부 총지출대비 32.3% 수준이다. 2018년에는 복지예산증가율이 12.9%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인 ‘사람중심 지속성장’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9.6% 그리고 2021년에는 40.4% 로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보수냐 진보냐 그리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복지예산의 항목을 새로 만들거나 늘리라는 주장이나 약속만이 남발되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은 보기 어렵다.

지난 정권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란 주장을 놓고 그 현실성에 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지출에서 낭비의 요소가 크다는 것을 알고 이를 개혁을 통해 합리화하면 늘어나는 복지재원이 생길 거라는 막연한 전제에 근거한 약속이었다.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논거 중에 정부의 비효율성이 자리 잡고 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비용구조를 낮춰야하는 기업에 비해 공무원들은 부처이기주의라 해서 예산과 인력을 키우려는 충동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문화에서 살아간다. 확보된 예산을 형식적인 요건과 절차만 철저히 맞추어 집행하기만 한다면 자기부처 예산은 클수록 담당공무원에게 힘이 생기는 환경이다.

그러나 경제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중요한 분야가 있다. 하나는 민간주체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으면서 건강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역할이다.

다른 하나는 개개의 민간주체들이 단독으로 착수하기 어려운 신 분야나 기술개발에서다. 특히 영세한 민간업체들로 이루어지고 정부의 돈을 타내서 생존하는 분야에서는 혁신의 동기도 없고 혁신할 능력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민간주체들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다. 복지가 확대되며 요즈음 동네에서 ‘노인 돌봄’이나 ‘섬김’이란 간판이 쉽게 보이는 것도 복지확대 세태를 반영한 새로운 풍속도이다.

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소규모 민간업체를 감안할 때 단순히 무슨 복지서비스전달에 건당 얼마식의 행정이 지속될 때 획기적인 개선은 어려워지고 저효율의 복지서비스전달로 인한 재정 악화는 가속화되리라 보인다.

쌀 생산이 부족하여 분식의 날이 당연하던 시절에 주곡인 쌀 생산에서 자급자족을 불러온 주인공의 하나로 농촌진흥청의 공을 꼽고 싶다. 개별 농민들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병충해를 이기면서 다수확이 가능한 볍씨종자를 개발해내고 필요한 영농법등을 개발해 농민에게 보급한 농촌진흥청의 성공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여러 복지서비스 전달 형태별로 복지센터건물의 구조 등 하드웨어부터 어떤 프로세스를 구축하느냐는 소프트웨어까지 전달비용이 어떻게 절약되는 지를 연구하고 제안하는 기능을 하루속히 구축해야한다고 본다. 또 복지예산을 초래케 하는 원인들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방법을 연구케하여 보급시키는 노력도 정부의 몫이다. 참고로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 의하면 전체 직원 1860명 중 1174명이 연구직으로 짜여있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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