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의 쇼!사이어티]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지난 주, 구호활동을 위해 경기도의 대형 개농장을 찾았다. 현장은 매우 처참했다. 철창에 갇힌 개는 총 206마리. 한 마리도 빠짐없이 심각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털이 반은 뭉텅 빠질 만큼 심한 피부병은 기본이고 탈장에 항문염증, 지독한 눈병에 눈알이 튀어나온 개도 흔했다. 소독약을 치는 인부가 연거푸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린다, “인간은 정말 천벌을 받을 거여. 이게 뭐가 몸에 좋다고 먹어?”

©이성훈

휴대폰도 먹통인 외딴 산골에 뜬장 50여 개가 놓였고 그 안에는 200마리 넘는 개들이 컹컹 짖는다. 수십m 밖에서부터 악취가 풍기는데, 지독하게 쉰 김치 냄새에 가깝다. 개농장주들은 인근식당에서 돈 받고 수거해온 음식물쓰레기를 개들에게 먹인다.(농림축산식품부 규정상 섭씨100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하기만하면 개-돼지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먹일 수 있다) 여기에 개들이 싼 똥과 오줌 지린내가 섞여서 눈이 따갑다. 한발, 한발, 다가갈수록 그 시큼한 썩은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스며온다.

철제케이지는 바닥이 뻥뻥 뚫린 철근 구조로, 60cm정도 공중으로 뜨고 15도 정도 앞으로 기울여 제작됐다. 석쇠 같은 철근 위에서 발을 헛딛지 않으려고 개들은 다리에 쥐가 나도록 버티고 섰다. 개들이 싼 똥오줌은 굳이 청소할 필요 없이 철창 아래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4인용 식탁 넓이의 뜬장 마다 1마리에서 많게는 7마리 개들이 구겨져 있다. 공간이 좁다보니 힘센 개가 약한 개를 제압해서 마치 쿠션처럼 깔고 앉은 곳도 있다. 힘센 개가 목덜미를 물어뜯어서 약한 개는 온몸이 염증 투성이다. 그렇게 농장개들은 평생 한 번도 흙 땅을 밟아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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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담겨있다. 개들은 그것을 간간이 핥아 먹는다. 먹기 싫지만 죽기 싫어서 먹는 것 같다. 물그릇은 없다. 목마르면 쓰레기국물을 핥아 마셔야 한다. 농장 개들은 태어나고 도축되기까지 단 한 번도 순수한 물을 마셔보지 못한다. 그래도 사람 왔다고 코를 내밀며 반기는 개들이 있지만, 몸을 피하게 된다. 쓰레기를 먹는 개라고 생각하니 소름끼친다.

이런 개 농장이 전국에 대략 1만7천개. 그곳에서 수백만 마리의 개들이 더럽게 길러진다. 다가올 복날에 그 개들은 적게는 8만원, 비싸게는 30만원까지 팔리고 도축되어 보신탕 식재료로 쓰일 것이다. 깨끗하게 키운 개를 먹으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봤으나, 전국 어느 보신탕집에서도 ‘청정 개고기’는 팔지 않는다. 식품위생법상 개는 식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위생안전검사를 받지 않는다. 저 보신탕이 병들어 죽은 개로 끓였는지 도축한 개로 끓였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다는 뜻이다.

초복을 앞둔 올 여름, 개를 먹지 말자는 어떤 철학/문화적 근거들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애견인들은 개는 반려동물이지 식용이 아니라고 말할 텐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동물이 ‘옥자’처럼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돼지 닭 소도 먹지 말아야 한다. 동물단체들이야 모든 생명은 소중하므로 육식문화 자체를 멈추자고 말하지만,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처럼 구슬픈 사연이라도 없는 한 고기를 어떻게 끊겠는가. 굳이 개고기 먹겠다는 사람을 말리는 건 인생의 참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개농장을 다녀오고 나서, 저건 도저히 사람이 먹을 식재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음식물 쓰레기만 먹고 온몸에 피부병에 걸린 고기가 기운을 북돋는 보양식처럼 팔리는 불편한 현실. 이제 개고기 식용은 찬성과 반대를 넘어 먹겠다는 사람을 뜯어 말려야 하는 불량식품 아닐까.

 이성훈

20대의 끝자락 남들은 언론고시에 매달릴 때,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철없는 청년!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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