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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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중동건설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에 크게 의존하던 시대가 있었다. 해외수당도 넉넉히 주다보니 몇년 고생하면 돈도 웬만큼 모을 수 있어 몇번씩 나갔다 온 친구들도 적지 않다.

소위 열사의 나라로 표현되던 중동에서 근무했던 사람들 말로는 우리나라 여름보다 더 기온은 높지만 그늘이나 실내로 들어오면 오히려 견딜만 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여름 특히 장마철은 실외뿐만 아니라 그늘이나 실내에서도 높은 습도로 인해 무척 지내기 어렵다.

우리나라 말로 후덥지근하다는 표현에 해당되는 영어단어로 sultry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며 우리 장마철 같은 날씨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깨우쳤던 적이 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전근을 다니셨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군데에서 살았다.

그러나 어디에서든지 마을모습은 비슷한 형태였다. 산이 많은 지형상 산자락에 마을이 자리잡고 농사지을만한 땅들은 논이나 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큰 마을이라 해도 대개 100가구 이내의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는데 마을 어귀에는 대개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있고 그 아래 그늘이 마을사람들 무더위 쉼터였다.

얼마 전 미국북동부와 캐나다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캐나다 퀘벡에서만 50여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일반적으로 못사는 나라 사림들이 무더위에 취약한데 선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그런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 아파트단지에도 관리사무소 건물1 층에 무더위쉼터란 간판이 달려있다.

전에는 그저 노인정이라 불렸는데 이제는 노인정간판 대신 무더위쉼터란 간판으로 바뀌어 있다. 아파트단지마다 강제규정으로 설치가 의무화 되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서울의 중산층 아파트단지에서 집안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피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집안에서도 무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노인정에 한해서 냉방시설을 마련해주고 관련비용을 지원하는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동네 소방서 앞을 지나다 무더위쉼터란 간판이 새롭게 달린걸 보았다. 냉방이 되는 공공시설에 일반인들이 들어가 눈치보지 않고 쉴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지나가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거리낌없이 들어가 활성화가 된다면 이는 새로운 유형의 공유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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