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화의 요즘론]

[오피니언타임스=허승화]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국내에 있는 수 많은 독서동아리들 중에서 200개 가량을 뽑아서 지원금을 주고 동아리 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국가 사업이다. 누군가는 다 큰 성인들이 책을 읽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자체를 의아해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독서동아리들이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다.

나는 최근에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과 관련하여 취재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 분들과 만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분들을 만나보니 내 생활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픽사베이

함께 읽기가 의미를 만든다

책이란 물론 함께 읽을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읽는 것 자체는 혼자서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책을 쓴 저자 혹은 책 속의 인물과 소통을 한다. 읽는 것 자체도 분명한 소통 행위다. 하지만 책 읽기 자체가 적극적인 소통행위가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읽은 후에 조금 더 적극적인 소통 행위를 한다면 책 읽기가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서 함께 나누는 시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래서 독서동아리가 존재한다.

독서동아리를 하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읽는 것보다 읽은 후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함께 선정한 책을 읽는 동안 누구는 이 부분을 보면서 피식, 웃겠지 하는 식의 예상을 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꼭 그런 것이 아니라도 독서 동아리를 하게 되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동안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도 한다. 그 과정 자체가 돈으로 살 수 없는 ‘힐링’이 된다.

효율과 경제성을 완전히 떠나서 존재하는 단체, 오로지 ‘함께 읽기’라는 공동의 목표만 가진 공동체, 독서 동아리는 그래서 의미를 가진다. 취준생, 직장인, 주부, 노인, 학생 등등 수많은 계층의 현대인들이 일하는 동안, 또 살아가는 동안 그저 속으로 담아두기만 했던 마음 속 말들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가깝고도 먼 사이

단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많은 독서동아리에서는 나이대와 직업이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이야기 나눈다. 그들은 서로 친구사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서로 친구가 아닌 사람들이 격주,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또 말한다.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사이’라서 나올 수 있는 대화가 쏟아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상이 너무 친한 친구라서, 가족이라서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삼킨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서동아리를 하는 사람들은 ‘가깝고도 먼 사이’를 지향한다. 서로 너무 친하지 않아서 솔직할 수 있고 친하지 않아서 남의 이야기에 진솔하게 공감할 수가 있다.

나는 독서동아리 비슷한 것을 1년 좀 안 되게 하다가 그만 둔 경험이 있다. 지금 독서동아리를 잘 꾸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속해있던 독서 동아리를 좀 더 소중히 하지 못한 나의 과거를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게으른 독자였지만 그때도 그 자리에 가서 동아리의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참 좋았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던질 수 있는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혼자 읽고 나서 내 머리 속 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책들 보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도서가 훨씬 더 뇌리에 깊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단 사실도 알게 됐다.

삭막한 현실에 빛을

내가 이번에 취재한 독서동아리의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독서동아리에 있어서는 화합, 그리고 치유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을, 자기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것 자체가 일종의 치유 행위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솔직해지는 것이고요. 투명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놓으면서 다른 사람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서 화합과 공존이 가능해지는 것이라 봐요. 그런 게 없으면 너무 삭막하잖아요. 돈 벌고 잘 사는 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그 의미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어떠한 형태로든 의미라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이런 것이 인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작은 독서 동아리로부터 어떠한 꽃이 피어날 지 기대가 되는 포부였다. 자연스레 나 역시 좋은 독서동아리를 찾아 함께 읽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허승화

영화과 졸업 후 아직은 글과 영화에 접속되어 산다. 
서울 시민이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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