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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서 웁니다[서석화의 참말전송]
서석화 | 승인 2018.07.30 10:11

[논객닷컴=서석화] 한 정치인이 세상을 떠났다. 2018년 7월, 전쟁처럼 들이닥친 폭염으로 온 국민이 무장군인처럼 예민해져 있는 이때, 나는 그의 죽음에 바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애도의 문장들을 만났다. 이 글에서는 그 정치인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따라서 그의 이름이 있는 자리에 그 자리에 없는 웃어른을 높여 일컫는 삼인칭 대명사 ‘당신’을 놓은 것은 그런 이유다.

ⓒ픽사베이

당신이라서 웁니다!
하늘에 새로 빛나는 별이 뜬다면 당신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수식이 최대한 절제된 짧은 문장, 슬픔과 비통함과 상실의 아픔이 더 이상의 표현으로 나올 수 있을까 싶은 문장, 하지만 슬픔의 극대화를 표현한 절창의 문장으로만 느껴졌다면 그의 죽음 보도 이후의 시간 또한 내겐 늘 그래 왔듯 무심하게 지나갔을 것이다. 그 정치인 역시 내겐 각종 매체를 통해서만 보고 들었을 뿐 일면식도 없는 그야말로 남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라서 웁니다!
하늘에 새로 빛나는 별이 뜬다면 당신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의 사랑과 그의 인생 여정이 그대로 읽혔다. 그로 인해 드리워졌던 위로와 온기와 희망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시시각각 깨닫는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누구 때문에 울 수 있다니, 그 누군가가 ‘당신’이어서 내가 울 수 있다니, 이보다 더 극명하게 세상에 끼친 그의 선한 영향력을 대변할 수 있는 말이 또 있는가. 새로 빛나는 밝은 별을 보는 날, 그 별이 하늘로 간 ‘당신’이라고 생각하겠다니, 이보다 더 큰 그리움을 고백하는 말이 또 있는가.

ⓒ픽사베이

지금 내가 서 있는 내 자리를 둘러본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인연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그러자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게서 나온 말과 드러나진 않지만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이 주변에 무성한 시선으로 나를 비춘다.

언젠가 내가 떠난 날, 가족이야 당연히 떠난 사람이 ‘나라서’ 울 것이다. 바람만 별다르게 불어도, 어둠을 젖히고 돋아나는 새벽 해를 보아도, 초저녁 새로 빛나는 별을 볼 때도, 어쩌면 그것들을 ‘나라고’ 믿고 싶을 때도 많을 것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내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음 수순으로 살면서 엮고 이어온 인연들을 떠올려 본다. 그러자 갑자기 훅, 하고 들이쉰 숨이 그대로 멈춘 듯 내쉬어지지가 않는다. 떠난 이가 ‘나라서’ 울고, 어느 저녁 새로 빛나는 별을 보고 ‘나를’ 만난 듯 나와의 시간을 생각할 이 과연 있을까? 아니 이런 걸 생각해도 될 만큼 내 삶은 따뜻했고 친절했으며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가 돼 주었을까?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최악의 폭염 속에서도 온몸의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듯 차갑고도 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살다 가야 하는지를,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재정비하는 시간은 그렇게 찾아왔다.

오늘 가슴을 때리는 애도의 문장 하나가 새롭게 눈과 마음에 들어온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주십시오.

자기검증으로 불편하고 부끄러우며 따라서 두렵기조차 한 이때, 눈에 띈 이 조사에 기어코 울음이 터진다. 많은 이를 자기 때문에 울게 하고, 새로 돋는 별을 자기라고 믿게 하는 우리 모두의 당신, 그의 죽음에 바치는 모두의 절규였지만 사실은 죽음으로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의 마지막 말이 아니었을까?

실수해도 괜찮아. 이제는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 줘!

ⓒ픽사베이

두 팔을 엑스 자로 교차시켜 내가 나를 안아본다. 그리고 손을 펴 가만가만 나를 토닥토닥해 본다. 조금씩 입안에 따뜻한 침이 고인다.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그리울 것입니다.

한 아름다운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 갔다... 

서석화

시인소설가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한국 가톨릭 문인협회 회원

저서- 시집 <사랑을 위한 아침><종이 슬리퍼> / 산문집 <죄가 아닌 사랑><아름다운 나의 어머니>< 당신이 있던 시간> /  장편소설 <하늘 우체국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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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화  shiren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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