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규의 하좀하]

[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헬조선 교도들에게 나는 이단이다. 100군데 넘게 원서를 넣어도 취직이 안 되서 짜증나 죽겠는데, 시비 거냐고? 도발적인 제목이라는 걸 알고 있다. 헬조선 교도분들께는 어떤 말을 해도 안 먹힐 것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당신과 비슷하게 나도 30대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년, 그것도 백수다. 친척들은 나만 보면 언제 안정된 직장을 잡을래 쯧쯧쯧, 하고 혀를 차서 명절엔 전화 끄고 도망 다닌다. 부모님은? 이제 말도 안 꺼낸다. 이글을 읽는 당신보다 못하면 못했지 잘난 것 하나도 없는 내가 하는 조선찬양론이니 한 번 들어봐 주시기 바란다.

내가 미세먼지라고는 건국 이래 발생한 적이 없는 나라에서 철밥통인 직장을 때려치우고 한국에 온지도 이제 9개월째가 다 되어간다. 대한민국에 대한 내 체감 만족도는? 10손가락이 다 엄지라면 손가락 다 펴고 만세삼창이라도 부를 정도다.

어느 것이 좋다, 라는 것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것보다 이번 것이 더 좋다는 식의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엄마가 좋다 라면 퇴근 하면 씻고 잠자기 바쁜 아빠보다 항상 옆에 있는 엄마가 더 좋다는 말이고, 할머니가 제일 좋아, 라면 장난감도 사주고 사탕 같은 것도 생각 없이 막 사주는 할머니가 잔소리만 하는 엄마, 아빠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좋다, 라는 말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오늘은 내가 오랫동안 살다 온 뉴질랜드라는 나라와 비교해서 한국이 왜 좋은 나라인지 설명해보고자 하니 끝까지 들어주시면 고맙겠다.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배달음식의 대명사 치킨 ⓒ픽사베이

일단 의식주 세 가지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압승.

먼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하는 한국의 배달문화. 아니 새벽에 전화한통화만 하면 온갖 진수성찬이 배달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것도 굉장히 빨리 온다. 게다가 배달료가 0원? 맙소사. 뉴질랜드는 대도시라고 해도 저녁 10시만 넘어가면 음식점은 죄다 문을 닫는다. 배달? 유일하게 배달을 해 주는 피자라고 해도 배달료로 10달러 넘게 추가된다. 돈 아끼려고 10분이든 20분이든 내가 운전을 해서 픽업을 갔다. 새벽에 배가 고프다고? 피자가게는 물론 시내 중심이 아니라면 편의점도 문을 닫는다. 몇 몇 도시를 빼고는? 7시 이후에는 불 켜진 데가 없다. 배고팠던 밤들이 생각나 신경질이 앞을 가려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

입는 문제도 한번 볼까. 뉴질랜드는 쇼핑의 불모지다. 옷 가게도 몇 없을뿐더러 종류도 엄청나게 빈약하다. 오랜만에 고르고 골라 멋진 티셔츠라도 한 벌 사서 시내 거리를 활보할라치면, 하루 만에 똑 같은 티셔츠를 입은 청년을 최소한 3명은 만난다. 처음에는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마주쳐도, 민망해도 참는다. 그에 반해 한국은? 인터넷 쇼핑사이트에 가봤다. 옷의 종류가 워낙에 다양한 나머지 롤다운 하다가 지쳐버렸다. 다 보고 고를 수가 없었다. 도저히 다 내려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격은 또 어떤가. 남겨 먹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싸다. 심지어 배송료는 또 무료. 뉴질랜드에서는 옷 가격도 옷 가격이지만 신발이라도 하나 살라치면 적어도 100달러는 각오해야한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배달료. 한국이 더욱 놀라운 건. 구입을 완료하고 무려 그 다음날 배달이 되었다. 이건 정말 신세계였다.

마지막으로 집 문제. 이건 더더욱 비교가 안 된다. 일단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위치한 우리 집은 시내에서 1시간정도 걸어야하는 거리에 있었음에도 월세가 200만원이 넘었다. 원래는 월세 160만 원 정도에 시내에서 1시간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 외곽에 살고 있었지만 차를 몰고 와서 시내에 턱없이 높은 주차비를 내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짓이었으며 버스타고 기차 타고 출퇴근 하는 비용이 월 20만 원 정도나 들었으므로 그냥 시내로 옮겼다. 월세 200을 내고, 전기료로 월 30만 원 정도를 냈으며 인터넷비용으로 5만원, 휴대폰 요금이며 물세 같은 잡다한 고정비용을 내고 나면 월급의 80%가 어느새 없어져 있었다.

주말을 빼앗아간 잔디깎이 ⓒ픽사베이

지금은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생활도 편리한 한국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말마다 더 이상 지긋지긋한 잔디를 안 깎아도 되니 주말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동안 아파트에만 살아오셨던 분들은 외국의 전원주택에서 잔디를 깎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실지 모르지만 나에게 잔디는 정말, 한마디로 악마의 풀때기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비라도 좀 오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잔디 걱정부터 들었다. 물과 햇빛을 듬뿍 먹은 놈들은 언제 깎았냐는 듯이 어느새 성큼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잔디가 내 주말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또 뉴질랜드 사람들은 오지랖도 넓어서 길가다가 마주치기만 하면 어느 집이 잔디를 안 깎는다든가, 어느 집이 쓰레기를 함부로 내놓는다, 애완동물이나 아이가 시끄러운 걸 보면 학대를 당하는 것 아닌가 등등 아주 시끄럽다.

의식주 이외에도 문화생활, 생활의 편의 면에서도 한국은 천국이다. 지자체 곳곳에서 1년 내내 무료 축제가 벌어지며 도서관이며 백화점 등 온갖 곳에서 구경거리를 제공해준다. 책이 보고 싶을 때는 마을 곳곳에 깔려 있는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보면 되며 인문학 강좌에서부터 연극, 꽃꽂이 심지어 목공예, 도자기까지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교실도 넘쳐난다. 너무 선택의 폭이 넓어서 문제일 지경이다. 목이 마를 때는 도심 곳곳에 정수기며 공짜 컵이 넘쳐나고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면 어느 건물이라도 들어가서 싸면 된다. 심지어 많은 화장실에서 큰일에 지친 엉덩이를 시원하게 씻어 주는 비데까지 완비되어 있다. 생활의 불편을 고쳐주는 건 또 어떤가. 전화, 전자기기, 보일러, 변기 고장만 나봐라. 주말이고 뭐고 그날 내로 해결난다. 뉴질랜드에서는 인터넷 고장이라도 난다 치면 정말 속이 뒤집어진다. 보내준다는 기사가 1주일째 소식도 없어 확, 인터넷설비 학원에 가서 기술을 배울 생각까지 했다.

이런 곳이 천국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특정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이론이라는 게 있단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온통 검게 보일 수밖에 없단다. 헬조선? 그렇게 미리 결론을 내리고 주변을 바라보면 분명히 한국은 지옥으로 보일 것이다.

나에게 대한민국은 조선천국이다. 불신하면 지옥이다. 대한민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살기 좋다는 사실을 믿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 나라는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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