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우리 문화재 이해하기] 역사에 정치색을 입힌 슬픈 자화상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두드러진 점을 꼽으라면 그동안 병폐로 지목되어 온 지역주의가 약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인 판세를 보면 자유한국당의 궤멸적인 패배와 함께 앞으로의 정치가 지역 구도가 아닌 세대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지난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온몸으로 극복하려고 했던 지역주의 타파가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봉하마을에 자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 그는 살아생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신기대 제공

그동안 우리 정치 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한 지역주의는 영남과 호남의 갈등으로 표출되는데, 그 근원은 역사를 통해서도 살펴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서로가 다른 나라여서 갈등은 당연했다. 하지만 고려 이후로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지역 간의 차별이 존재했고,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지역주의를 부추기면서, 한국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은 지역주의가 만들어졌다.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을 당시 선거전에서 “우리가 남이가”라며 타 지역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신라와 백제는 부끄러운 역사인가? 정치색을 입힌 슬픈 자화상

최근 역사와 관련한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역사에도 지역주의가 팽배해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에 무슨 지역주의인가? 의아한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실상을 알고 보면 우습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가령 신라와 관련한 기사를 쓰면 십중팔구 그 아래 달리는 댓글은 뒤통수를 때린다거나 혹은 흉노족이라며 지역을 비하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김춘추(=무열왕)이나 김유신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외세를 끌어들였느니, 민족의 배신자라는 인신 공격성 댓글이 속출한다. 아마 해당되는 가문의 사람이 이 광경을 보노라면 뒷목을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주 무열왕릉, 당나라를 끌어들인 그의 행보를 두고 “민족의 배신자”라는 비난이 제기된다. 과연 이러한 비난은 온당한 것인가? ⓒ김희태

반대로 백제에 대한 기사를 쓰면 전라도에 대한 비하 발언이 주를 이루는데, 재미있는 점은 댓글 안에서도 “백제가 왜 전라도냐, 충청도지”라며 서로 다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도토리 키 재기’처럼 다투는 모습에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우리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라는 것인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해야 했다며 한탄하거나, 우리의 역사는 자랑스러웠다며 삼국이 대륙에 있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연 신라와 백제가 우리에게 부끄러운 그런 역사인가?

역사를 해석하는 데 있어 당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우리가 백제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말 중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이 고결한 정신이 바로 백제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외형적인 부분 역시 중요하지만 백제의 문화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로 이어진 문명의 루트였다는 점에서 지난 2015년 공주와 부여, 익산 일대의 백제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계기가 되었다.

외형상 작고 볼품이 없는 백제의 역사유적, 그럼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김희태

이처럼 역사에도 지역주의가 있는 건 역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지역과 정치색을 결합시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흔히 역사는 해석의 학문이라 이야기하는데, 이는 당대의 가치관에 따라 시간이 지나며 역사의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E.H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역사를 바라볼 때는 현재의 관점이 아닌 당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정신이 담긴 백제 문화의 정수다. ⓒ김희태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깨진 것은 변화하는 시대를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역사를 두고 지역과 정치의 색을 입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동으로, 이에 맞서 우리는 현실 속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맞서야 한다. 또한 역사는 당대의 관점에서 해석해야지 현재의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단순히 역사의 단면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해당 역사와 문화재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 문화연구소장

 이야기가 있는 역사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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