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雜說)]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천하에 군대가 없는 나라는 있을 수 없다. 군대 없이 어떻게 적을 막겠는가. 적을 막을 수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고, 군주는 지위를 보존할 수 없고, 백성은 하루도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없다. 그런데도 군대 없이 수십 년 동안 나라를 보존한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許筠·1569∼1618)은 ‘병론(兵論)’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허균은 단순한 소설가가 아니었다.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이율곡의 ‘10만 양병설’처럼, 허균은 ‘여진 침입설’을 주장했다.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가 쳐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있었다.

“만약 병란(兵亂)이 터지면 강화도에서 대치할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안동으로 피난할 수도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어림없는 소리다. 궁여지책일 뿐이다. 내가 가는 곳에는 적도 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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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그러면서 공사천예(公私賤隸)는 물론이고, 재상의 아들이나 유사(儒士) 등 모든 특권계급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균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더라면 호란 때 ‘삼전도의 굴욕’을 당할 정도로 비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수광(李睟光·1563~1628)도 ‘지봉유설’에서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군액(軍額)은 18만이고 호보(戶保)의 통계는 무려 50만이다. 그런데 왜란을 겪고 나서는 겨우 6만이 있을 뿐이다. 해마다 법으로 정해서 정원을 채우고 있지만 절호(絶戶), 유망(流亡)하는 자가 너무 많다.…”

군사의 숫자는 물론이고 군비 또한 허술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우하영(禹夏永·1741∼1812)은 ‘천일록(千一錄)’에서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정부가 삼남지방의 각 진에 매년 군목(軍木) 36필을 지급, 화약 36근과 탄환 2000개씩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시에 쓰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조사를 나오면 기와부스러기를 화약에 섞은 뒤 뇌물을 바치며 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화약마저 모두 못쓰게 된다. 국방이 이렇게 엉성하니 실로 작은 걱정이 아니다.…”

조선 말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金玉均·1851~1894)은 무기에 녹이 스는 바람에 사용하지 못해서 청나라 군사에게 패했다. 김옥균은 “무기가 거의 녹이 슬어 아무리 급한 일을 당한다고 해도 탄환을 쏠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놓고 있었다. 이런 실정이었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3%에서 2.9%로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낮은 2.8%로 예상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이처럼 깎으면서도 세금은 ‘왕창’ 거둘 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을 7% 중반대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두 자릿수’ 이상의 재정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공무원은 벌써부터 늘리고 있다. ‘일자리 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면서도 줄이겠다는 게 있다. 군 의무 복무기간이다. 21개월인 육군과 해병대는 18개월로 줄이고,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3개월 줄이기로 했다. 공군은 이미 한 차례 1개월 단축한 바 있어 24개월에서 22개월로 2개월 단축할 것이라는 발표다. 장성 숫자도 4년 동안 76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DMZ 내의 감시초소 병력과 장비를 철수할 것이라는 국방부의 국회 현안 보고도 있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도 비무장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군 복무기간이 줄어들면 ‘숙달된 병력’의 확보가 아무래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군이 약해졌을 때 외세에 꺾였던 ‘쓰라린 과거사’도 있다. 그런데도 죄다 늘리면서 군대만큼은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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