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유용” VS “관계 위해 필요”

하성용 전 KAI 사장이 연루된 경영 비리 재판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검찰에 출두한 하 전 사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비리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하성용 전 사장의 상품권, 샤넬 가방 선물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3일 하 전 사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KAI 직원 이 모 씨와 전 총무팀장 이 모 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회삿돈을 유용해가며 상품권을 마련해 지인과 공무원 등에 나눠줬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하 전 사장이 샤넬 가방을 개인적으로 보관했기 때문에 공용으로 볼 수 없을뿐더러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법령에 어긋난다고 했다.  

변호인은 하 전 사장이 외국 바이어 등 KAI가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상품권이 사용됐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은 샤넬 가방의 경우 KAI 전투기 T-50에 관심을 보이던 타국 고위층을 설득하기 위한 선물용이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전투기를 수출해야 하는 KAI의 처지를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KAI가 록히드마틴과 함께 17조원에 달하는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 사업을 따내려고 애쓰는데 경쟁사 보잉이 샤넬 가방 등을 들먹이며 딴지를 걸고 있다고도 했다.

이 전 비서는 “하 전 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통해 상품권을 받았다”며 “하 전 사장은 비서 등 측근들에게 따로 상품권을 챙겨줬다. 그땐 사장이 격려 차원에서 해주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하 전 사장은 외국 바이어와 만날 때도 상품권을 선물했다”며 “하 전 사장의 식사 모임 등에서 상품권이 전달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비서는 “샤넬 가방은 타국 고위층이 T-50 수출 대가로 너무 큰 선물을 요구해 전달되지 않았다. 가방과 함께 샀던 샤넬 지갑은 다른 고위층에게 줬다”며 “이후 다른 국가와 T-50 수출을 협상하면서 샤넬 가방을 선물하려 했지만 계약이 늦어져 주지 못했다. 결국 가방은 2015년 11월 샀을 때 그대로 보관됐다”고 했다.

다만 그는 “외국 공무원에게 명품이나 상품권을 줘도 되나”고 검찰이 묻자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다음 증인인 이 전 팀장은 상품권 조성에 대해 증언했다.

이 전 팀장은 “하 전 사장이 명절에 쓸 상품권을 넉넉히 만들어오라고 했다”며 “(협력업체 등) 파견근로자 숫자 200명을 부풀려 상품권 규모를 확대했다. 편법을 택한 이유는 정상 경비로 상품권을 사면 품의서에 사용처를 명확히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상품권 확보를 위해 비정상적 처리가 이뤄졌다는 것은 하 전 사장이 알았을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팀장은 “하 전 사장이 상품권을 어디에 썼는지는 모른다”면서도 “비서와 운전기사 등 직원,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 기자단 등에 나눠주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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