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곽진학] 쿠바에 여행을 가면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 묵고 싶다.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한 511호 방을 찾아보고 싶어서이다. 20세기 최고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로 더 유명하다.

누에가 고치 안에서 신비스러운 변신 끝에 나비가 되듯이 평범한 한 인간이 자신만의 가치를 지닌, 거듭난 새로운 인간을 찾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84일 간이나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어부 산티아고는 이 절망과 위기의 순간에 그 깊고 험한 걸프 해안까지 망망대해 끝으로 자신을 시험하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시련은 운명과 죽음처럼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조그만 돛단배에 실패와 좌절, 세상 사람들의 조소와 수근거림을 뒤에 두고 먼 어느 곳에 우리가 상상 못할 큰 물고기가 존재할 것이라 믿고 나아간다.

인간이 지닌 내면의 힘이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사실. 도처에 인간은 운명 그리고 시련을 통해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무게 860kg, 길이 5.5m의 청새치, 거대한 욕망을 움켜진 순간,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절규했던 노(老) 어부는 뼈만 남은 청새치를 보고 자신은 패배자라고 슬퍼한다.  이 멀고도 험한 여행이 바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자신을 뒤흔드는 문명(文明)의 시작이 아닐까?

노무현은 청년시절 많은 책을 읽으면서 ‘어부 산티아고’를 닮고자 하지 않았을까?

그는 변호사로서 자신의 안일을 찾아 편안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엄혹한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민주화의 길을 찾아 험한 여정을 쉼없이 달렸다. 변호사로서, 정치인으로서 기능적 삶을 누린 것이 아니라 시대적 고민을 자신과 일체화시키려는 모험가였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그 바람도 피하지 않았다. 숱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아무리 굽이쳐도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이웃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부엉이 바위 위에 선 처절한 그 순간에도, 회오리바람 앞에 선 민들레 씨앗처럼 산산이 부셔 질 그 억겁의 시간에도, 자신의 경호원에게 닥칠 신변의 일을 염려하여 현장을 벗어나게 해주려는 배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그의 삶이 정녕 위대해서가 아니다. 그는 빈한한 가정에 태어나 어렵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정의없는 평화란 가능한 일인가?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

노무현 대통령이 영면한 순간이다

30이 훨씬 넘은 변호사가 20대 대학생들의 삶에서 인권을 배우고,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모두가 두려하는 권력, 재벌, 언론 앞에서도 늘 주눅들지 않고 당당했으며 초선 국회의원으로 3당 합당을 거부하며, 지역감정을 깨뜨려 보겠다고 맨몸으로 홀로 맞선 용기.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언제나 의롭고 바른 일을 찾아 나섰던 바보! 한결같이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던 영원한 소년.......

우리의 가슴속 깊이 녹아있는 그의 영혼이다.

굴곡많고 평탄치 않았던 삶.  봉화산 자락 아래, 너럭바위에 잠든 노무현은 지금도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노무현 유고에서...>

 

노무현! 

그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봉하 마을에 귀향(歸鄕)하여 농사짓고, 봉화산 숲 가꾸고, 화포천 청소하고,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여기 저기 이웃을 찾아 소박한 정을 나누며 살았다.

끝없이 반복된 승리와 패배, 안식과 역경으로서의 한 생애. 가뭄, 폭풍, 혹한, 그 혹독한 시련들이 나무를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른다.

곤비한 땅에 바위 그늘같이...

8월 6일은 그가 태어난 날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리스 정부는 카잔차키스를 기리고 크레타인들에게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그가 태어난 크레타의 이라클리온 공항을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으로 바꿨다고 한다.

뉴욕의 JFK공항(케네디 전 대통령), 파리의 CDG (사를 드골 전 대통령), 베니스의 VCE(탐험가 마를코 폴로), 켈리포니아 산타아나의 SNA(배우 존 웨인), 몽골 올란 바타르의 ULN(징기스칸), 베를린의 TXL(오토 릴리엔탈, 항공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JNB (얀 스미츠), 체코 프라하의 PRG공항(하벨)등 유명인사의 이름을 딴 공항은 수없이 많다. 우리도 김해공항을 노무현 공항으로, 진영역을 노무현 역으로 부르면 어떨까?  김해공항을 , 진영역을 노무현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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