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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장의 자기소개서를 읽었습니다[심규진의 청춘사유]
심규진 | 승인 2018.08.06 10:51

[논객닷컴=심규진] 요즘 눈만 뜨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26세에 세상에 발을 디딘 후 누군가의 자기소개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최근 1년간 여느 때보다 많이 읽고 있다. 이것을 독서량으로 환산한다면 어마어마한 권수의 책을 읽은 셈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묻어난 인생 책을 읽으면서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입력한 문장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현재 한 회사의 인사담당자로서 취준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한 팁(Tip)을 주고 싶어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픽사베이

지원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항목은 분명 지원동기일 것이다. 지원서의 대부분이 타사에 지원했던 상투적인 문장으로 포장된 ‘가짜’가 판을 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 또한 졸업을 앞두고 하루에 지원서를 몇 개씩 썼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지원동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1차적 동기는 ‘취업’이었고 2차적 동기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귀사는 대기업이며 복지가 좋고 월급을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하여 이렇게 지원드립니다”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어떤 인사담당자가 면접 기회를 주겠나. 내가 취업을 할 때만 해도 자기소개서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인사팀에서 눈이 빠져라 지원서를 읽고 또 읽는다. 스토리가 중요한 시대이며 그 안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해당 회사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면 ‘지원동기’ 항목을 쓰기 위해서 최소한 그 회사의 최신기사나 사업영역에 대해서 학습할 필요가 있다. 최신기사를 통해서는 회사의 현 상황을 엿볼 수 있기에 시의적절한 문장을 도출할 수 있고 사업영역을 통해서는 나의 직무로 어떻게 사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설득력 있게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의 강점을 나열하여 입사 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외침은 인사담당자들이 ‘가짜’로 판별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은 기업마다 인재상과 관련된 상황 질문이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면 ‘본인이 생각하는 청렴성과 공익성에 대한 개념을 쓰라’ ‘단기간에 성취했던 최고의 성과를 쓰고 그것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쓰라’ 등이다. 이러한 항목은 기존에 작성해둔 문장들을 짜깁기해서 절대로 제출하면 안된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질문에 직면하면 곧바로 작성하지 말고 해당 회사의 인재상 (핵심가치)이 명시되어 있는 홈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해당 가치와 연결되는 나의 경험을 찾아야한다. 잠시 생각해본 결과 ‘난 그런 경험이 없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중고등학교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자신의 생활을 꼼꼼히 탐색하면 분명 건질 것이 있다. 그렇다고 절대로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 분명 면접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있을 것이고 면접관이 바보가 아닌 이상 몇 가지 부연 질문을 해보면 가짜와 진짜를 금세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원서 제출 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양식 파일을 첨부하라는 안내가 있다면 준비해서 반드시 제출하는 것이 좋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정말 오고 싶은 회사라면 무언가라도 준비해서 첨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일첨부 여부는 지원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자 성의를 엿볼 수 있는 근거이다. 물론 지원해야 할 회사도 많고 귀찮아서 그런 안내가 있다면 짜증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도 준비해서 낼 수 없는 회사라면 아예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잘 생각해보면 별로 입사하고 싶지 않은 회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한 ‘보험’ 정도가 아닐까. 그럼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것이 개인과 해당 회사가 궁극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사교육 업무를 8년간 하다 보니 취준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어쩌면 그들에게 잔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취업, 사회생활, 퇴사, 그리고 이직까지. 그 중 오늘은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사실 자기소개서 작성의 핵심은 ‘먼저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해본 결과 대부분은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우선 취업을 하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았다. 그러니 취업해도 힘들고 결국 조기 퇴사로 이어지고 인생의 두 번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신과 독대(獨對)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후 정신없이 놀다가 갑자기 취업을 준비하려다 보니 내면의 자아와 대화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세상의 물살에 휘말려 오늘을 살고 있는 청춘들. 이 땅의 청춘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찾는 첫 단추는 스터디 그룹 참석이 아닌 자신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발견한 자아의 심장박동에 성실하게 귀 기울이자. 돈 벌기 위해 출근을 준비하지 말고 나의 심장이 건강하게 춤출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준비하자. 그것이 취업이라면 자기소개서 작성을, 만약 창업이라면 도전을, 혹여나 그것이 학업이라면 과감하게 공부를 더 하자. 내 인생의 주인공은 주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심규진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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