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레이블을 만드는 한국 사진가 이명호

# 홍콩 배우 겸 가수 유덕화는 한국에서도 팬 층이 두터운 중국어권의 슈퍼스타다. 홍콩영화 애호가가 아니라도 유덕화 주연의 영화 몇 편은 제목부터 익숙하다. 그는 ‘열혈남아’(1988년), ‘지존무상’(1989년), ‘천장지구’(1990년), ‘무간도’(2002년), ‘쇼크웨이브’(2016년) 등의 영화에서 순정파 터프가이 등을 연기했다.

가수로서 그는 영화-드라마의 OST 등 앨범 60장이 넘는다. 국내서 1990년 전파를 탄 초콜릿 광고에서 그는 신인 시절의 이영애와 함께 모델로 출연해 CM송 ‘투 유’도 불렀다.

1961년생, 올해 57세의 꽃중년 스타가 대규모 콘서트 투어를 준비 중이다. ‘My Love 유덕화 월드 투어 2018~2019’란 제목으로 오는 12월 15일 시작하는 무대는 홍콩서 20회, 이어 내년 에 중국 도시들로 투어가 예정돼 있다. 이 콘서트 투어는 원래 2017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그 해 연초 유덕화가 태국서 광고 촬영 중 말에서 떨어져 척추와 골반을 다치는 사고로 1년 늦게 성사됐다.

최고의 홍콩 스타 유덕화와 중국 현대미술계의 스타의 쩡판즈의 콜라보. ⓒ스타미디어그룹 Berhad 제공. 관련기사 출처 https://bit.ly/2KE0SFM

‘홍콩 연예가 전설’의 콘서트는 주최 측이 티켓 발매 개시와 더불어 최근 공개한 포스터 속 인물화로도 화제다. 가수의 대형 얼굴 사진 위주의 여느 포스터와 다르게, 유덕화 콘서트 포스터는 인물 사진 대신 강렬한 이미지의 초상화를 내세웠다. 포스터에는 서예의 필선처럼 붓 자욱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화면 중앙에 정장 차림의 유덕화가 약간 옆을 보고 있는 인물화가 들어섰다. 게다가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현존하는 중국 현대미술의 최고 스타, 쩡판즈(54)다.

화교 언론은 유덕화 포스터 그림을 계기로 “‘베이징 화가’ 쩡판즈가 미술가의 큰 이름에서 이제 유덕화 초상화의 작가로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며 두 스타의 협업을 주목하고 있다.

유덕화와 쩡판즈의 인연은 이번 포스터 작업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유덕화가 10여년전 베이징서 영화를 촬영할 때, 양쪽을 잘 아는 지인과 소개로 만나 교유해왔다고 한다. 유덕화는 평소 미술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거나 소문난 미술품 컬렉터는 아니지만 당시 유화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쩡판즈의 베이징 작업실을 방문하며 친분을 쌓았다는 것. 2011년 홍콩 가고시안갤러리에서 열린 쩡판즈의 개인전 개막파티에 유덕화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쩡판즈는 서구 유명 미술관과 컬렉터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21세기 세계 미술 시장의 인기 작가다. 르네상스 명화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목에 빨간 수건을 두른 중국 공산당원으로 재해석한 쩡판즈의 동명 회화는 2013년 가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249억 원에 낙찰돼, 아시아 현대미술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커다란 손과 얼굴이 도드라지는 ‘가면’, ‘병원’ 시리즈 등 그의 그림은 격동기 중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팝 아트’로 시선을 모았다.

그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출신으로 1990년대 초 베이징으로 옮겨 작업해왔다. 사회적 격동기, 거대 도시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고독, 사회 변화 속 개인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그림에 담아냈다.

최근작으로 사실적으로 대상을 묘사한 뒤 그 위로 그은 무수한 선들이 얽히면서 형태가 흐트러지는, 특유의 붓 터치가 인상적인 ‘얼굴’, ’풍경’, ‘동물’시리즈 등을 발표했다. 그는 인물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멘토 같은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장대천 외에도 마오쩌둥 등 역사 인물에 이어 이번엔 대중스타 유덕화를 그렸다.

쩡판즈의 작품은 국내서도 2004년 아트사이드갤러리의 중국 현대회화전을 통해 처음 선보였고, 2007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등을 통해 널리 소개됐다.

프랑스 생떼밀리옹 시청에서 지난 7월 생떼밀리옹  홍보대사로 임명된 이명호 씨. ⓒEric Ecolan 

# 스타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이 여름 한국 예술가가 프랑스 명품 와인과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는 핫한 소식도 있다.

흰 스크린을 배경으로 자연의 나무를 촬영한 작업, 액자 그림 같은 사진을 발표해온 사진작가 이명호 씨가 프랑스 유명 와인 산지인 생떼밀리옹의 홍보대사 및 명예시민으로 임명됐다. 프랑스 보르도 북동부의 와인생산지 생떼밀리옹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유서 깊은 옛 도시의 시청에서 재즈 페스티벌 기간 중인 지난 7월 19일 임명식이 열렸다. 3주 정도 프랑스에 체류하고 8월 초 귀국한 이씨는 두 명품 와이너리와 와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생떼밀리옹 지역 고급 와이너리 샤또 라호끄 및 드골과 처칠이 사랑한 와인으로 유명한 샴페인 드라피에와 아트 콜라보를 실시한다. 이씨는 자신의 신작 사진으로 각기 내년 초 시판 예정인 레드 와인 100병과 샴페인 100병의 라벨을 한정판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현지서 작업한 ‘와인 프로젝트’ 사진들은 와이너리 두 곳의 전시장 및 파리, 뉴욕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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