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한국이 좀 더위를 먹은 것은 아닐까? 이 폭염에 필자도 더위를 먹었는지 자꾸 ‘대한민국 5%, 어디 있어(Where are you)?’란 화두가 머리를 맴돈다. 통계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나사가 풀려가는 것 같아서다. 포럼, 자문, 심사를 나가서 그 영혼 없음에 허탈해지거나 넘쳐나는 먹방, 지역을 흔드는 신 호족들, 문화적 쏠림, 지적 수준의 기준이 되는 베스트셀러 목록 등을 보면 그렇다.

Ⓒ픽사베이

나사 풀린 한국1- 공동체 측면

망국 그리고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창업의 정신으로 일한지 어느 덧 두 세대가 지났다. 두 세대면 새 학연, 혈연, 혼연, 쩐(錢) 공동체가 생겨나 칡덩굴처럼 얽힐 시간이다. 최근 대한항공, SPC그룹 등에서 보듯이 1-2세 때와는 다르게 자란 3-4세의 능력과 아비투스(Habitus. P. 부르디외의 개념으로 특정계급이 그들의 생존 환경을 조정함으로써 영구적이면서도 변동 가능한 성향체계)는 우려스럽다. 더구나 지방에는 토호, 교수와 언론, 정치인, 법조인, 토목업자 등이 은밀히 결사한 신 호족들이 만들어져 묘한 왜곡을 만들고 있다. 수년 전 모 여성 국회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혈세 30%가 어딘가로 새나가고 있다.

지자체 선거에서 묻지 마 투표로 당선된 사람들이 최소 30%고 그들은 오로지 문재인 보호막 아래에 모인 검증 안 된 인물들이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걱정을 할 정도다. 그런 그들이 보여줄 것은 소신 없는 모방과 오만, 그리고 포퓰리즘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들의 독선(전임자 것은 무조건 부정하기)과 자기 편 챙기기 잡음들이 들려오고 있다.

실체 없는 페이크, 홍보성 뉴스들이 SNS를 채우고 있다. 그들이 사회의 근본을 부정하고 판단을 왜곡시킨다. 유언비어, 흑색선전은 중범죄다. 드루킹은 드러난 공동체 좀비들 일부일 뿐이다. 있지도 않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려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깨인 5%들은 이미 SNS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사 풀린 한국2- 우리 안의 좀비

정의보다는 편의를 찾는 경향이 가속화되어 왜? 라고 묻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독일에서 20년간 인적자원관리 분야를 공부하고 온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독일에서는 친구가 새 양복을 사서 나타나면 친구들이 “대학생이 왜 이런 옷을 사나?” 토론한다고 한다. 참으로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한국은 아마 그거 어디서 샀어, 브랜드가 뭐야, 얼마야? 를 먼저 물을 것이다.

점점 더 책을 안 읽어 출판사가 고사 직전이고 그나마 베스트셀러라는 것들은 번역서 아니면 취미나 처세 책들뿐이다. 그러면서 홍보, 기획, SNS 글 등 실용적 글쓰기 강의로 몰린다. 꿀 없는 꽃만 필 것 같다.

여행 코드는 탈출. 2017년 2600만 명이 나갔고 연간 관광수지 적자가 7조원이다. 문화적 변방국이었던 영국의 ‘그랜드 투어(1660년경부터 1840년대까지 유럽, 특히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한 유럽여행.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적지와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탈리아, 세련된 예법의 도시 파리가 필수코스)’처럼 공부하는 여행이면 좋으련만 왠지 엑소더스(Exodus) 코리아, 너 가는데 나라고 못 가냐 과시형 여행이 더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정글을 소재로 한 두 개의 프로그램을 보았다. 하나는 정글에서 생존을 위해 먹는 것만 죽어라 찾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른 하나는 아마존 밀림을 탐험하면서 군대 개미의 동선과 비부악(bivouac)을 쫓는 미국 다큐다. 본인의 팔을 군대개미에게 뜯기는 고통까지 감수하며 연구한다. 이 차이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 연장에서 보면 한국의 욜로, 소확행 바람은 입의 행복에만 집중되는 것 같다. 쉐프들이 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핫 플레이스의 30%이상이 커피숍과 인스타그래머블(Instar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인테리어와 멋진 감각의 음식점. 그러나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집중 난타당하는 그런. 홍대 앞 일원엔 커피숍만 600개가 넘는다.)한 음식점이며 얼리어먹터란 신조어가 생겨 그들을 노리는 먹방 프로그램이 넘친다. 버스 내부광고, MCN 등에도 유사 프로그램이 꽤 많다. 맛있고 양이 많으면 ‘혜자(김혜자씨를 가리킴. 국민 어머니의 키치화(化))스럽다’라고 칭송하고 “아, 브뤼또도 우리 민족이었어.” 광고한다. 아! 덥다, 더워.

5%에게 바란다.

노동과 휴가는 순환되어야 한다. 60여년을 결핍 속에서 일개미로 살던 한국이 힐링과 휘게를 찾는 것은 필연의 수순이다. “여보 아버님 댁에 탕수육 좀 보내야겠어요”, “ 그 참에 우리도 모히또 가서 몰디브 좀 마시자고” 할 자격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괄목 깨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심신을 심연으로 잡아끄는 몽마(夢魔)에 잡힌다.

5%가 깨어 있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사회는 5%가 굴리고 가는 것이다. 누구나 스티브잡스가 될 수는 없다. 나머지는 이건희 회장이 90년대에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일갈했듯이 남의 뒷다리 잡지 말라. 5%들을 그대로 인정하는 관용(Tolerance)만 있으면 된다. 내가 5%인지는 본인 스스로 알 것이다. 그것은 본인 내부에 있는 소명의식, 노력 그리고 저 너머를 보는 혜안에서 오는 것이다. 학위, 소득, 가문 등은 절대 5%의 조건이 아니다. 사회를 리드하는 것은 늘 깨어있는 5%들이었다. 필자가 쓴 <꿈꾸는 독종>에서는 그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물어본다. 당신은 위험한 아마존 밀림에서 군대개미를 연구하는 5%로 살겠소? 편의보다는 정의를 보고 가겠소?

입추가 지났다. 폭염도 물러갈 것이다. 여름이 지났는데 겨울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가을은 겨울로 가기 위한 창조적 휴지기다. 이 가을엔 두 가지만 하자. 책을 많이 읽자. 그리고 창조에 대한 생각을 하자. ‘꿈꾸는 독종’이 되자.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8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전 제일기획 AE/ 전 KT&G 미래팀장
저서< 컬처 파워>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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