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서프리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과 아프리카를 합친 조어란다. 햇볕이 뜨거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덥다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그래도 밤에는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길 권한다. 열대야 현상이 암만 심해도, 밤하늘은 낮처럼 그리 매섭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몸도 마음도 식히며 여유를 만끽해보자. 그때 짧게 읽어볼 만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별의 길>이다.

<별의 길>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그냥 밤하늘의 별의 길을 따라가다
그대가 생각났소

난... 몰랐소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대에게 가는 별의 길은
나타나지 않았소

아쉬운 마음에
밤하늘의 어둠을
지우개로 지워보리오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오늘도 고개 들어
별의 길을 쳐다보오

©픽사베이

짧지만 울림이 큰 시다. 특히 이 부분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듯하다.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사랑, 우정, 인생, 일 등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대가 좋아서 그대가 하는 말에 세심하게 귀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의도치 않게 ‘그대 별’을 없애버리고만 불가해한 결말.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아쉬운 마음에/밤하늘의 어둠을/지우개로 지워보”려고 애써 보지만 이미 때는 늦은,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간 상황.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잘 지내는지 묻고, 다시 그 대상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이다. 길지 않은 시를 한 편 읽었는데 마음이 서늘해진다. 서늘함의 의미는 여러 가지일 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 사람, 혹은 그 대상에게 말 걸어보길.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위의 시 <별의 길>을 쓴 사람은 코미디언 양세형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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