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정치인, 연예인, 사회적 저명인사 등 셀럽(유명인사)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폭로가 일어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 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셀럽의 비도덕적인(대부분 범죄에 가까운) 행위가 드러난다. 주로 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가해자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다) 사람들은 반으로 갈라져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의 폭로에 대한 숨은 의도를 묻는다.

많은 경우 정작 당사자는 잠적하거나 침묵을 지킬 때, 셀럽의 지인이 등장해 SNS에 글을 남긴다. 내용은 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셀럽의 숨겨진 이야기이다. 자신이 아는 한, 그 인사는 지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그런 파렴치한 행동을 할 사람이 절대 아니고, 누가 뭐래도 자신은 그의 결백을 믿는다고 밝힌다. 그리고 그에 얽힌 미담을 풀어놓는다. 글의 끝은 보통 지금 그 인사가 경황이 없어 연락은 못하지만 멀리서 항상 응원하고 힘내라는 말로 끝난다.

ⓒ픽사베이

물론 그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 인사는 그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고,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을 못 견뎌하는 아주 여리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굉장히 복합적인 존재다. 상황과 관계에 따라 사람의 말과 행동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성실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겐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그 사람과 24시간 같이 지내지 않는 한, 한 사람의 입체적인 모든 면을 다 알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자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거짓으로 폭로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수많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 있게 고백한 것이다. 많은 경우 실명과 얼굴을 밝힌다. 그것은 실명과 얼굴을 밝히지 않으면 그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왜 피해자는 꼭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가? 그러한 피해자 앞에 유명인사의 지인이 남긴 글은 명백한 2차 가해이다. 엄연히 피해를 당했고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을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어쩌면 피해자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는 그런 글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다.

내가 만약 그 인사와 가까운 친구라면 직접 연락을 할 것이다. 그를 찾아가 피해자의 폭로가 사실인지 물어보고, 만일 사실이라면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충고하고, 피해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루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든든히 그의 곁을 지킬 것이다.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그는 내 친구이고 그의 남은 나날들을 제대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만약 연락이 안 된다면 피해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글을 남기는 대신 그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라고, 이 순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너의 남은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여전히 너를 믿고 지지할거라고 말이다. 그는 적어도 나에겐 좋은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니까. 하지만 나한테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까지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것은 오만이다. 아니 개인적으론 얼마든지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잊지 말자. 당신에겐 좋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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