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말복이 지나갔다. 이제 며칠 뒤면 여름이 지나 더위도 그치고 선선한 가을을 맞게 된다는 처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지난 1월 강원도 횡성에서 기온이 41.3도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이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40도를 넘는 불가마 더위가 나타나 지역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의 경우 최고 39.6도를 기록해 40도에 육박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여름 온열질환으로 인해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온열질환자도 4000명을 넘었다. 말복이 지났다 해도 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기는 초열대야와 같은 불가마 더위는 이제 지나갔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지긋지긋하던 더위에 대한 기억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그랬듯이 그냥 기억을 잃어서는 안 된다. 올 여름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불가마 더위는 내년이면 더 강력하게 또다시 우리를 찾아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번 더위는 결코 이상기후라 할 수 없다. 이상기후란 말 그대로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예외적인 기후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폭염은 이제 매년 찾아오는 새로운 기후의 기준(뉴 노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배후에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픽사베이

올 여름 사람 잡는 불볕더위로 신음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이웃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북반구의 4개 대륙이 모두 극단적인 기후로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그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뀌는 기후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올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일들을 보면 그 대답은 단연코 아니다(No)이다.

먼저 북미 지역을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등 미국 서부 지역은 계속되는 산불로 홍역을 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멘도시노 산불은 서울 면적(약 605㎢)의 2배가 넘는 1400㎢가 넘는 삼림을 불태워 지난해의 1140㎢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2년 연속 최대 규모의 산불 기록을 경신했다. 워싱턴주에서는 계속되는 산불에 따른 연기로 시애틀의 대기 오염이 중국 베이징보다 3배 이상 더 나쁘게 나타났다. 주내 많은 도시들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며 마스크 등을 배포했다. 인근 아이다호주 북부와 오리건주에도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폭염으로 9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은 어떤가? 북극권에 가까운 스웨덴에서조차 올해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핀란드는 수온이 상승한 발트해 바닷물이 원전 냉각수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해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강 수위가 낮아져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각국의 원전들이 줄줄이 가동 중단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9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온열질환으로 125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40도에 육박하는 불같은 더위가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전기료를 걱정하지 말고 에어컨을 틀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은 잦은 태풍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물난리를 겪는 와중에 태풍의 경로에서 벗어난 지역은 반대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더위가 극심한 북아프리카 지역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처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더위가 앞으로는 더 심해지고 더 자주 발생하는데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2도 아래로, 가능하면 1.5도 아래로 억제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가 빠른 시일 내에 달성되지 않는 한 극단 기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31일 PLOS 메디신지에 게재된 새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에 따른 온열질환 사망자 수가 적도 인근 일부 지역에서 최고 20배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더위로 인한 사망자는 빈곤 국가일 수록, 또 빈곤층일 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5일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한 독일이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독일은 2025년까지 5000억 유로(약 644조원)를 에너지 분야 개혁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2020년까지 40%(1990년 대비)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인 온실가스 배출은 지난해까지 27.7% 줄이는데 그쳤다. 또 2020년까지 주요 에너지 소비를 2008년 대비 20% 감축한다는 목표도 지난해 현재 3.9% 감소했을 뿐이다. 또 재생 가능한 에너지 소비를 2020년 2000년 대비 20%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현재 13.1% 증가로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 해결에 앞장섰던 독일의 목표 달성 실패는 해결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음을 보여주는 우울한 소식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 해결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도 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다만 정치적인 의지가 결여돼 있을 뿐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나타날 피해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우리의 자녀들과 손주들 세대에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주지는 못할 망정 떠나고 싶은 지구를 남겨주어서야 되겠는가? 더 늦기 전에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 기후 발생을 해결하는데 전세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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