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의 일기장]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두 달 전 동생이 입대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한창 훈련 중인 동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을 잘 하고 있을지, 더위에 지치지는 않는지 늘 걱정하던 우리 가족은 종종 동생에게 편지를 쓰고 택배로 생필품을 보내주었다. 식을 줄 모르는 폭염의 열기와 심란한 심정이 맞물려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덥고 길게 느껴졌다.

얼마 전 동생이 훈련병 딱지를 뗐다. 수백 명 청년이 정복을 입고 연병장에서 수료식을 거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3년 전에 나도 그 자리의 일원이었던지라 감회가 남달랐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가족과 만나는 순서가 찾아왔다. 수많은 부모와 형제자매가 연병장 한가운데로 일제히 달려드는 사이에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동생을 발견했다. 어머니 품에 안긴 동생은 눈물을 터뜨렸고 오랜만에 동생을 만난 나와 가족 모두 눈가가 촉촉해졌다.

우리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내내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었다. 7주 동안 훈련을 받은 소감을 밝히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지난 추억이 되살아났다. 훈련병 명찰을 가슴에 달고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땀을 뻘뻘 흘리던 과거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3년 전 입대하고 작년 여름 이 맘 때 전역한 나는 동생의 심정이 전부 이해가 되었다. 동생의 무용담에 귀 기울이는 내내 재미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씁쓸히 미소지었다.

ⓒ플리커

“교회에서 나눠주는 초코파이 맛이 어떠냐?” 대화 중에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은 웃었다. 내가 훈련병이던 시절 교회에서 제공하는 초코파이를 먹고 눈물이 났다고 동생에게 얘기했던 적 있다. 당시 동생은 흔한 초코파이 하나 먹고 눈물을 흘릴 것까지 있냐며 코웃음을 쳤다. 그랬던 동생이 이제는 나의 그 때 그 심정을 알겠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생도 ‘눈물 젖은 초코파이’를 맛본 셈이다.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느니, 해병대가 인간 개조의 용광로라느니 군대를 표현하는 다양한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군대에 가기 전과 전역한 후가 다르다는 뜻일 터. 나 또한 입대 전 품었던 생각이나 목표가 2년 여 동안 복무하는 사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훈련소에서 초코파이를 맛본 경험은 가치관을 크게 변화시킨 사례로 기억한다. 입대 전에는 초코파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내가, 군것질 거리가 없는 군대에서는 일요일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훈련을 견뎌냈으니, 내가 봐도 달라진 모습이 신기하다.

평범하고 흔해서 관심 밖이었던 대상이 훗날 눈물이 날 정도로 특별한 선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일상생활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족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굶지 않고 매 끼니를 해결하는 것, 마음껏 공부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것 모두 예전에는 당연하다시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감격스럽다. 작은 초코파이 하나가 귀한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체험했는데, 하물며 인생은 오죽할까. 나에게 허락된 만남과 경험과 매 순간순간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자 범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훈련병 시절, 교회 입구에서 초코파이를 나누어주던 목사님과 몇몇 선임병이 참 고마웠는데, 어쩌면 그들은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 때 먹었던 초코파이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김우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안보전공 학사과정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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