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픽사베이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말에는 힘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처럼 말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좋은 의미로 한 말이라 해도 쓴소리가 반복되면 듣는 사람은 어느 순간 불편함을 느낀다. 반대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인데, 악의 없이 하는 말이라는 점과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꽤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무 말랐다”, “많이 좀 먹어야겠다”, “살 좀 쪄야겠다”이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까지 한 번도 뚱뚱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저체중이었고 손목이 톡하면 부러질 것 같아 ‘뽀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 외 다른 별명들도 모두 빼빼로, 뼈다귀 등 마른 나의 몸을 가리키는 단어들뿐이었다.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이었지만 애초에 소화기능이 좋지 않고 위가 작아 음식을 많이 먹지도 못하기에 크게 괘념치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이 내게 수없이 말랐다고 말해도 나는 그 말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주 무더웠던 올 여름 몇 달 사이에 몸무게 5kg이 줄어들며 생각이 바뀌었다. 끼니를 거르면 앞자리 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딱 맞던 옷들도 너무 커서 입기 불편할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체중 저하를 인식할 때 즈음 “말랐다”는 말이 날마다 내 귓가에 맴돌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단골손님들에게서 까지 그런 말을 듣게 되자 어느새 마른 몸은 콤플렉스가 되어 있었다. 살을 찌우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억지로 밥을 먹고 거실에 체중계를 꺼내둔 채 한 끼 식사를 할 때마다 몸무게를 쟀다. 일부러 야식을 먹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만 섭취했다. 정말이지 살과의 전쟁이었다. 계속된 노력에도 체중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배앓이를 하거나 심하게 갈증을 느꼈다. 결국은 병원을 찾았고 당뇨 혹은 감상샘 이상일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따라 피 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평생을 마르게 살아왔어도 내가 말랐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운동을 싫어하고 게으르니 살이 안찌는 체질이 축복이라고 여겼다. 주위 사람들은 분명 악의 없이 내 건강을 염려해 한 말이었겠지만 나는 요즘도 살을 찌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많이는 바라지도 않으며 그저 딱 5kg만 다시 찌길 바라고 있다. 심각한 더위보다도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느낀 여름이었다. 상당히 불안정한 현재의 건강 상태가 타인의 말로 인한 것인지 체중 저하가 원인인지 헷갈린다. 말에 휘둘리지 않고 마른 나를 사랑해주려고 쓰기 시작한 짧은 글을 마친다. 흐릿하게 남은 여름날을 모두가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