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애의 에코토피아]

[오피니언타임스=박정애] 올 봄,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대한민국의 극장가를 휩쓴 영화가 있다. 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다. 주인공 타노스는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절대 파괴력을 소유하고자 한다. 마침내 6개의 스톤을 모두 차지한 타노스. 우주 생물의 절반을 죽임으로써 새로운 우주 질서를 개편하겠다는 그의 야망을 실행에 옮긴다. 극장을 나오며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타노스가 찾아 헤매던 인피니티 스톤이 현실 속에도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절대 파괴력을 지닌 그 무시무시한 존재는 바로 핵! 그 중에서도 핵발전소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네이버영화

2017년,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되면서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는 24기이다. 그리고 현재 신 한울 1,2호기와 신 고리 4.5·6호기까지 총 5기가 추가 건설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 신 고리 5.6호기의 완공 시점은 대략 2023년이다. 다른 핵발전소의 수명은 30-40년이지만 신 고리 5.6호기의 수명은 60년으로 잡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탈핵이 이루어지려면 2080년대는 되어야 한다. 현재 독일은 2022년, 대만은 2025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60여 년이 늦춰지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도 측면에서 전 세계 1위 국가에 해당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폭발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기도 하지만 만약에라도 사고가 난다면 앞의 두 사례보다 더 큰 후폭풍이 오리라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올해 4월 25일부터 일주일간 탈핵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참여자는 149명이었고 방법은 온라인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시민 149명 가운데 140명(94%)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막는, 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물론 소수의 설문 결과가 전 국민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찬반을 떠나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탈핵을 주저하는 이유는 바로 친환경에너지의 효율성에 대한 불신과 혹시나 맞닥뜨리게 될 전기료 급상승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하지만 현재 친환경에너지 사용 강국인 독일은 2015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이 30%에 육박했고 2050년까지 8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이는 친환경에너지가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에너지 전환의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에너지 정책이 일관성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범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정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탈핵은 바로 생명이므로.

돈 몇 푼이 무서워 생명 위협을 감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매달 내고 있는 통신 요금을 합산해보았을 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추가 전기료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핵발전소 건립은 필연적으로 그 공사에 가담하는 대규모 건설사들의 이익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각 가정이나 관공서에서 생산한 태양광 에너지는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판로가 열린다면 각 가정이나 기관의 전기료만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남은 에너지는 판매도 가능하므로 이익 분배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가져올 것이다.

물론 현 정부가 신 고리 5.6호기까지만 완공하고 더 이상은 짓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탈핵과 관련된 법규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예를 든 독일 같은 경우는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추가적인 핵발전소 건립을 중단하는 법 규제를 통과시켰다.

우리는 체르노빌뿐만 아니라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도 지켜보았고 직간접적인 피해와 위험 의식을 여전히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핵발전소 건립을 중단하는 법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똑같이 후쿠시마를 지켜 본 대만 같은 경우는 공정률 98%에 달한 발전소 건립까지 막아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반핵 시위를 벌이고, 탈핵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단식투쟁까지 벌여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고를 지켜본 우리나라는 핵발전소에 대한 위험성에 지나치게 안일한 것은 아닌지.

ⓒ박정애

올해 6월 23일 토요일 영광에서 시작해 8월 25일 광화문까지 총 29일간의 탈핵 도보 순례를 진행한 ‘탈핵희망 국토 도보 순례단’이 있다. 강원대 성원기 교수님이 주체가 되어 2013년부터 벌써 6년째 진행해 온 이 도보순례에 나는 고작 단 하루 참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18.9km(용인-수원) 걷기를 함께 하면서 탈핵의 의지를 묵묵히 실행해가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에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결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됐을 괴물. 이 시대의 인피티니 스톤을 타노스의 손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박정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수필가이자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 중.
숨 쉬는 존재들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 하나하나 실천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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