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자 숫자를 가짜로 늘려 상품권 비용 마련

KAI 경영 비리 재판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경영 비리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 하성용 전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비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직 임원들이 “하성용 전 사장이 상품권을 구매하라고 했다”면서도 “그는(하사장) 회계 조작으로 상품권을 산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하성용 전 사장을 보좌한 이 모 전 상무, 이 모 전 전무 등을 불러 증인신문을 열었다.  

이 전 상무는 “2013~2015년 명절 땐 이 모 전 총무팀장이 하성용 전 사장에게 상품권을 전달했고 2016~2017년엔 제가 직접 전했다”며 “전달자 변경에 특별한 사유가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 전 팀장은 지난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하성용 전 사장이 명절에 쓸 상품권을 넉넉히 만들어오라고 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아울러 이 전 팀장은 “정상 경비로 상품권을 사면 품의서에 사용처를 명확히 기재해야 하므로 편법을 썼다”고 허위 회계 사유를 설명했었다. 

검찰은 “2016년 총무팀장이 신 모 씨로 바뀌면서 신뢰 문제가 걸렸던 게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 전 상무는 “그것과 관계없다”고 했다. 

이 전 상무는 “이 전 팀장이 파견근로자 숫자를 부풀려 상품권 구입 규모를 늘린 것을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면 하성용 전 사장도 몰랐을 거라고 본다”며 “저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팀장에게 100자리 6개 준비하라고 문자를 보낸 건 무슨 의도인가”라고 물었다. 이 전 상무는 “10만원짜리 상품권 10개를 담은 봉투를 6개 달라고 한 것”이라며 “하성용 전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전 팀장에게 요청했다. 당시 제가 사무실에 없어서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변호인은 “하성용 전 사장은 전임 사장 때처럼 국내에 온 외국 바이어에게 현금을 주는 것보다 상품권을 선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데 알고 있나”고 질의했다. 이 전 상무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음 증인 이 전 전무는 “이 전 팀장이 상품권을 사들인 이유는 하성용 전 사장 지시 때문”이라면서도 “그가 파견근로자 숫자를 가짜로 늘려 잡은 것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 전 팀장-이 전 상무-저-하성용 전 사장 순으로 보고 체계가 구성돼 있었지만 상품권을 어떻게 샀는지 확인하진 않았다”며 “하성용 전 사장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전무는 “이 전 팀장이 제게도 상품권을 일부 줘서 직원 격려 용도로 썼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전 팀장 자신도 상품권을 가져간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알았다면 막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2015년 KAI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전 전무가) 상품권을 받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전무는 “잘못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상품권 구매가 불안했다면 하성용 전 사장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당시 KAI의 무분별한 상품권 구매를 다룬 언론 기사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전무는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나눠줬기 때문에 언론의 비판과 영역이 다르다고 여겼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0일이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