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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물가대책회의를 연상시키는 부동산대책회의[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김선구 | 승인 2018.09.13 10:12

[논객닷컴=김선구]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지만 아버지가 보시던 신문을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읽으며 신문보도에 관심이 많았다.

비록 어렸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톱뉴스 중에 때만 되면 반복되던 게 있다. 연말부터 설날이 임박해지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뛰는 물가를 잡겠다고 장관들이 모여 물가대책회의를 열곤 했다. 물가대책에 빠짐없이 포함되는 게 목욕업자들이 목욕료를 동결시키지 않을 시 위생 감찰을 하겠다는 엄포였다. 목욕료가 물가지수에서 얼마나 큰 비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설을 앞두고 국민들 피부에 닿는 느낌이 컸던 모양이다.

이런 숨바꼭질은 이후에도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픽사베이

공중위생을 위해 꼭 필요한 법규라면 목욕료인상과는 상관없이 상시 단속해야하는데 왜 물가대책으로 즐겨 사용되는 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언론에서는 이런 관행에 대해 왜 침묵하는지 답답했다.

목적만 옳다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아도 선이라는 가치관이 통용되는 나라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만약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면 목적만 옳다면 다 면죄부를 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당시 부동산관련 정부의 골칫거리는 자고나면 지어지는 무허가 건물이었다. 항공사진을 찍어 단속한다, 철거한다며 시끌버끌하기 일쑤였다가 선거철만 되면 무허가건물 양성화란 조치가 따라오곤 했다.

1980년대 이후 이어진 부동산가격의 폭등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서민들 주거마련이 힘들어지며 정권마다 부동산가격대책이란걸 내놓았지만 틀었던 레코드판 다시 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들어서도 부동산대책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장관들 모습이 마치 1960년대 물가대책회의를 연상시킨다. 즉 재탕 삼탕의 대책이 반복되고 다른 목적의 법규를 빌려다 쓰기도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대책 3종세트라 불리는 대책은 새로운 게 없다. 공급확대와 세제강화에다 외환위기 이후 새롭게 추가된 부동산대출규제책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되풀이 꺼내든다.

부동산대출규제책은 일단 효과가 크다해서 강력한 대책으로 인정받아 정부가 선호한다.

이러한 규제의 근거는 은행업감독규정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기 위한 은행업감독규정이지만 부동산대책회의에 참가하는 장관들이나 정치권이 감독규정 개정을 결정한다는데 대해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여신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노력은 은행의 본연의 책무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적절한 LTV 나 DTI 등은 은행 스스로 개발하고 사용해야하는 기본 수단이다.

은행의 업무가 다양해져가고는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상업은행의 두 기둥은 수신과 여신이다. 대부분의 은행부실은 여신을 잘못 취급하는데서 기인한다.

산업화 초기 한정된 재원을 국가경제발전에 요긴한 용도 위주로 제한하여 개인이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극히 어려웠던 시대가 지나가고 외환위기를 통해 기업여신보다는 개인여신, 특히 집담보대출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보니 은행들이 다투어 개인여신을 늘리는 경쟁을 해왔다.

더구나 아파트 그것도 수도권소재 아파트는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에서 모든 은행들이 여신의 기본을 등한시 해온 면이 크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온지도 제법 되었으나 각 개별은행들의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소위 시스템리스크라 해서 부동산시장붕괴로 인한 해일이 밀려올지 모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효과적인 부동산대책을 마련해야함은 물론이나 부동산대출규제를 정부가 대책의 하나로 직접 은행업감독규정을 고친다고 발표하는 건 합리화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정부는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주체로서 부동산리스크가 우려할 정도로 커졌다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부동산담보대출을 리스크유형과 취급은행별로 나누고 대손충당금비율을 은행별 상황에 맞게 대폭 상향시켜 시스템리스크를 줄여나가는게 정당한 감독방향이라 여겨진다. 또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위험여신이 커진 은행에 대한 보험요율을 조정하는 것도 정당한 정부의 조치로 보인다.

부동산담보대출규정은 은행업 감독규정이지 부동산대책이 될 수 없다. 은행업감독규정이라도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은행별 여신의 건전성을 엄격히 따져 적정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지를 검토하고 부족시 추가로 충당하도록 조치하는 게 원칙이다. 부동산담보대출규정을 감독규정에 넣다보면 모든 종류의 담보자산 즉 여객기,선박등에서도 일일이 유사한 규정을 넣게 되고 결국에는 여신심사의 근간을 국가가 만든 틀을 획일적으로 사용하라는 거와 다름없다. 목적이 옳더라도 지켜야할 원칙이 지켜질 때 은행이 여신의 위험도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개선될 것이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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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sunkoo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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