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원희 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부동산 폭등으로 온 사회가 들끓고 있다. 정부, 정당, 학계 등 각계 모든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폭등은 현 정권의 지지율 폭락의 주 원인이면서 한국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이 됐다.

정부당국은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당황해서 허둥대고 있고, 또 과거정책들을 조합해 종합대책이란 이름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시장에 으름장을 놓으며 뒤에서는 시장동향을 초조하게 바라만 보고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혼돈의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국토부 장관이 지적한 원인 중의 하나인 1000조원이 넘는 유휴 시중유동성에 초점을 두고 싶다. 수많은 원인들을 복잡하게 파헤쳐 그 각각에 대한 대책을 중구난방적으로 만들어내면, 정책상호간의 충돌과 부작용으로 인해 정책효과보다는 정책의 신뢰성 추락이라는 역효과만 양산할 것이다.

즉, 이번 부동산 폭등의 주된 원인은 유동성 과잉에 따른 ‘금융현상’인만큼 유동성에 대한 집중적이고 빈틈없는 공세대책만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그 후에 세제나 공급확대는 차분하게 정비해나가면 된다.

ⓒ픽사베이

유동성 과다를 방치한 주된 책임은 한국은행이며, 역사상 드문 재임의 총재로서 오랜기간 금융위를 이끌고 있는 이주열 총재는 이 대목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실 금리라는 경제변수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 실물경제와 화폐경제를 연결해주고 많은 경제변수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결정되어지므로 한은총재로서 할 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4월 한은 총재로 취임할 당시로 돌아가보면, 이 총재는 금리인상을 신념으로 취임한 것이 분명하다. 당시 이 총재는 언론인터뷰에서 금리 인상방향성을 보여주는 발언을 자주해 너무 확정적으로 금리인상 깜박이를 켜고 있다고 금융시장에서 우려한 바 있다. 어떤 채권딜러는 과거 1년간(2013년) 완화적인 금리수준이었는데, 이 총재 취임이후 거품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주열 총재는 금융시장에서 매파(금리인상론자)로서 평가받아왔고 시장의 기대도 그랬다.

그러나 최경환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금융규제를 대거 풀며 ‘사실상’ 빚내서 집을 사라고 유도하기 시작하면서 이주열 총재의 입장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21일 최경환-이주열 회동 이후 그들은 “금리의 ‘금’자도 얘기가 안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세월호사건 등을 이유로 경기하강을 논하며 금리인하를 위한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이 총재 자신은 그 당시에 1000조원을 넘기 시작한 가계부채가 이미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부채수준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자주 주장했지만, 최경환 장관과 회동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 8월에 금리인상 깜박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여 금리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다.

이 총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2014년 10월, 2015년 3월, 2015년 6월, 2016년 6월 등 계속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 실효하한선(선진국과 비교해 금리를 낮출수 있는 한계치)인 1.25%까지 하락시키고야 멈춰섰다. 이 기간에 최경환 장관의 경기부양정책(주택시장 부양)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자금이 풀려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경제 각 부문에 유휴 유동성이 쌓여 조그마한 투기적 자극만 있어도 소용돌이치듯 요동쳤다. 그 결과 실물경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음에도 코스닥 시장의 광풍, 비트코인 투기열풍, 수도권아파트 급등 등 극심한 혼돈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악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편,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해 우리와 금리격차가 벌어짐에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를 한차례(0.25%) 인상시늉만 했을 뿐, 유동성 과잉사태에 대해 아직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동산 광란의 파도 뒤에서 뒷짐지고 통화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물론, 금리라고 하는 것의 기능이 간단치 않고 금통위결정과정이라는 절차가 있으니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수준이 경기하강, 고용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없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오히려 저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 부동산 광풍이 꺼지기 시작하면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주 요인이 될 수 있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주길 바란다. 기존의 거시경제지표의 동향만 바라보고 ‘안일하게’ 금리를 결정하는 기존의 금통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질적인’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금리인상의 시급성에 대한 검토가 있기를 촉구한다.

8년간 통화정책 담당책임자로서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는 없다. 어느 순간 한국경제를 10년이상 퇴보시킨 경제구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이 총재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 더 늦기 전에 깨닫기 바란다.  이 총재가 뒷짐지고 있을 게 아니라 부동산 대책의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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