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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가우리’[김영인의 고구려POWERⓛ]
김영인 | 승인 2018.09.14 11:07

[논객닷컴=김영인] 중국 사람들은 우리 대한민국 사람을 ‘까오리’라고 부른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 사람도 우리를 ‘까오리’라고 부르고 있다. ‘까오리 미스터 김’이라는 식이다.

그 ‘까오리’의 뜻이 의미심장하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 이렇게 썼다.
“추모(鄒牟)가… 흘승골(紇升骨)의 산상(山上)에 건도(建都)하여 국호를 ‘가우리’라 하여 이두자로 ‘고구려(高句麗)’라 쓰니, ‘가우리’는 ‘중경(中京)’ 혹 ‘중국(中國)’이란 뜻이러라.”

주몽(추모)이 나라를 세우고 나라의 이름을 ‘가우리’라고 정했다는 것이다. ‘가우리’는 ‘가운데 있는 누리, 가운데 있는 나라’라는 얘기다.

그랬으니, 중국 사람들이 자부하는 이른바 중화(中華)의 ‘원조’는 자랑스러운 고구려였다.

고구려 모용총 수렵도.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대륙에서 수많은 나라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동안, 고구려는 자그마치 900년, 최소한 900년이나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중국의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고구려의 비기(秘記)에 900년이 되기 전에 마땅히 팔십(八十) 대장이 멸망시킬 것이라 하였는데…” 운운한 것 등이다.

반면, 역대 중국 왕조 가운데 200년 이상 지속한 나라는 4개에 불과했다. 후한(後漢)과 당(唐), 명(明), 청(淸)나라가 고작이다. 그나마 청나라는 만주족이 세운 나라였다.

따라서 ‘중화의 원조’는 고구려가 아닐 수 없다. 900년, 1000년씩이나 존속한 나라는 서양의 ‘로마제국’밖에 없었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고구려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고구려와 ‘사생결단’의 전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고구려라는 이름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신(新)나라 왕망(王莽)은 고구려를 ‘하구려(下句麗)’라고 부르라고 지시하고, 고구려 임금을 후(候)로 격하시키기도 했다. 요서대윤 전담라는 자가 고구려와 싸우다가 전사했는데, 장수 엄우가 이 문제로 고구려를 응징하면 장차 더 큰 화가 닥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아뢰자 왕망이 화를 내며 하구려라고 부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고구려의 려(麗)에 ‘말 마(馬) 자’를 붙여서 ‘려(驪)’라고 쓰기도 했다. ‘당나귀’라는 폄하였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신하 이정(李靖)에게 “내가 천하의 무리를 거느렸는데도 소이(小夷)에게 곤경을 당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묻기도 했다. 고구려를 ‘동이’가 아니라 ‘소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를 ‘예맥(濊貊)’이라고도 했다. 그 예맥의 뜻이 가소롭다.

‘예’는 ‘더럽다, 불결하다’는 뜻이다. ‘맥’은 ‘야만인, 오랑캐’라는 소리다. 그들은 우리를 ‘지저분한 야만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예맥’을 ‘웨이모’ 또는 ‘후이모’라고 발음한다고 한다. 우리말 ‘곰’, ‘고마’를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다. “예맥에서는 사람들이 개구리를 먹는다”는 기록도 남기고 있다.

그들은 상대방이 두려울 경우, 명칭으로라도 무시하고 있다. 몽골에는 ‘어리석을 몽’ 자를 붙여서 ‘몽고(蒙古)’라고 적고 있다.

고구려(高句麗)를 ‘고구리’로 읽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나라 이름일 경우에는 ‘리’가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구려의 본래 이름은 ‘고구리’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우리를 폄하할 때 ‘까오리’에 ‘봉자(棒子)’라는 글자를 더 붙인다. ‘고려봉자(高麗棒子)’, ‘고려 몽둥이’라는 뜻이다. ‘까오리방쯔’라고 발음한다.

어째서 몽둥이라는 ‘접미사’를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설(說)이 분분하다. 수나라가 고구려를 침략했을 때 고구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맞섰기 때문이라는 설,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조선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고려봉자’라는 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海東繹史)’에도 등장한다.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 훨씬 전부터 ‘고려봉자’라는 말이 있었던 것이다.

“조선국의 백성을 세속에서 ‘고려봉자’라고 부르는데, 흑백(黑白)의 전모(氈帽)를 쓰고, 상의와 바지는 모두 백포(白布)로 만들어 입었다.…”

언젠가는, 대만의 ‘팍스콘’이라는 기업의 회장인 궈타이밍(郭台銘)이 ‘고려봉자’라는 말을 떠들어서 물의를 빚은 적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절대로 뒤에서 칼을 꽂지 않지만, ‘가오리방쯔’는 다르다”는 ‘망언’이었다.

중국 포털사이트의 댓글에도 ‘가오리방쯔’라는 욕설 비슷한 표현이 가끔 등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 사람들을 깎아내릴 때 뭐라고 불렀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다시 뒤져보자.

“청나라를 여행하다가 술을 몇 잔 걸치고 자리에 누웠는데 머리맡에서 누군가가 얼씬거리고 있었다. 잠결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는 ‘도이노음(島夷老音)입니다’ 하고 있었다.”

그는 박지원 일행을 호위하는 갑군(甲軍)이었는데, 일행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는지 숫자를 헤아리다가 누구냐고 묻자 엉겁결에 ‘도이노음’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도이노음’은 알다시피, ‘되×’이다. 박지원 일행이 얼마나 ‘되×’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으면 호위꾼들까지 그 말을 익히고 있었다. 스스로 ‘되×’이라고 자칭(?)한 셈이었다.

 김영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연합통신 기자, 문화일보 기자·논설위원, 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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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bel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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