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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레나타 살레츨(Renata Salecl)은 범죄학과 정신분석학을 결합해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관심이 있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현재 런던 대학교 버크백 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면서 런던 정치경제대학과 뉴욕의 카르도수 로스쿨 등에서도 정신분석학과 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살레츨은 여기 소개한 ‘Our Unhealthy Obsession with Choice’(선택에 대한 우리의 병적 집착)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자본주의의 강점인 선택의 자유의 확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선택의 자유의 확대가 곧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않았으며 합리적 선택이라는 독재가 지배하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불안감과 부족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에 의하면 사람들은 늘 합리적으로 선택을 하므로 선택의 대안이 많아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선택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것은 또한 자유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살레츨은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선택의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그녀의 저서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동영상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소비를 위한 선택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 소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사실 자체는 개인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 여기에는 소비자가 항상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반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레츨은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선택의 범위가 줄어들면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믿게 되었으며, 선택에 따른 책임은 모두 자기 자신이 떠맡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불안에 짓눌리게 되었다고 한다. 살레츨은 이것이 선택의 독재적 측면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자유 확대에 기여해야 하는 선택이 이제는 오히려 자유를 축소시키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비가 미덕인 이유는 소비 선택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개인적 선택의 자유를 반영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것이 사람들을 구속하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는 것이 살레츨의 생각이다. 또한 살레츨은 오늘날 문제가 되는 선택 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측면으로 대부분의 선택이 사실상 “강제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것은 심각한 딜레마라고 지적한다. 즉 강제된 선택이라도 본질적으로는 선택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선택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선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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