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중간선거(11월 6일)까지 50일도 채 남지 않은 미국에선 지금 범상치 않은,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이뤄진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두 전직 대통령의 이례적인 현직 대통령 비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적합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과 트럼프 백악관의 난맥상을 폭로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 : 백악관 안의 트럼프’ 발간, 자신을 행정부 내 저항세력의 일원이라고 밝힌 지난 5일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익명의 고위 관리 기고문 등이 모두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트럼프의 잔여 임기 2년의 향배를 결정지을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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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는 대통령 지지도를 테스트하는 국민투표 성격이 크다. 그래서 과거 많은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야당에 하원 의석수를 빼앗기고 다수당의 자리를 넘겨주는 패배를 겪었었다. 특히 대통령의 첫 임기이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0%에 못미치는 경우 하원에서의 의석수 상실이 매우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첫 임기이고 지지율은 40%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선 중간선거까지 남은 6주 남짓한 기간에 어떻게든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현 집권당인 공화당 역시 이를 의식해 하원 장악을 민주당에 넘겨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의석수를 23석만 늘리면 하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최근 ‘538’의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거의 83%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단 2석이 모자라 공화당에 다수당의 지위를 넘긴 상원에서도 하원보다는 상대적으로 힘들지만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지금 미국에선 그만큼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일고 있다. 다만 그 위력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가 문제이다.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간신히 확보하는 23석의 의석수 추가에 그치면 블루 웨이브, 안정적 과반의석을 보장하는 30석 이상 추가면 블루 쓰나미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강력한 미국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업률은 4%를 밑돌고 주가는 계속 상승해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블루칼라의 일자리도 늘어나 구인광고가 넘쳐난다. 지난해 가계소득의 중간값은 6만1400달러(약 6890만원)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공화당은 이러한 경제 호조가 블루 웨이브를 잠재울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조는 트럼프가 지난해 도입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의 공이 크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에선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그의 정책은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98년 미 중간선거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에도 불구, 민주당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당시 미국 경제가 호황을 기록한 덕분이었다. 공화당은 올해의 중간선거 역시 1998년의 재연이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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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경제 호조 및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이뤄질 급격한 정책 변화를 선거의 주요 이슈로 내세우려 한다. 그러나 공화당의 이러한 전략은 지금까지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선거 개입 여부 조사,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의 유죄 시인 및 수사 협조,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지난해 허리케인 마리아 사망자 수를 둘러싼 논란과 앞서 언급한 매케인 의원 사망, 우드워드의 신간, 익명의 NYT 기고문 등 각종 악재들이 끊임없이 터지면서 미 경제의 호조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 증가와 같은 경제 호황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 감정이 이번 중간선거의 결과를 결정할 최대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많은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을 포함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하락이 미 경제의 호황이 가져다준 잇점을 다 상쇄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이 거의 절반씩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 지지층 중 절반 정도는 트럼프에 대한 골수 지지세력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의 정책은 좋아하면서도 정작 트럼프는 좋아하지 않는다.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준 지지층의 결집이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대통령에 대한 반발로 더욱 단단히 뭉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장악에는 실패하더라도 하원만 장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 확실하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들의 발목을 잡아 국정 운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뮬러 특검의 러시아 선거 개입에 대한 조사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러 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세계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이 여전히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많은 국제 문제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강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지난 21개월 간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들과 빚은 갈등,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통한 세계 무역전쟁 촉발 위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들을 일으켰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이 아직은 막강하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북한 핵을 둘러싸고 북미 간 화해냐, 갈등 심화냐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향후 한국과 미국 간 무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일 만큼 우리로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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