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의 하루 시선]

[오피니언타임스=정수연] 독일의 뉘른베르크 역에서 열차를 타고 안스바흐(Ansbach)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탄다. 버스를 타고 로맨틱 가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딩켈스뷜(Dinkelsbühl)을 만날 수 있다. 딩켈스뷜은 로맨틱 가도에 위치한 독일의 소도시로 중세 성벽 속에서 중세의 모습이 잘 보존된 도시이다. 딩켈스뷜은 매년 7월에 약 2주간 열리는 킨더체흐(Kinderzeche)라는 어린이 축제로 유명하다. 마침 축제 기간이기에 딩켈스뷜로 떠났다.

Ⓒ픽사베이

딩켈스뷜의 어린이 축제는 이름에서 보여주듯 ‘어린이’가 주체가 되는 축제이다. 17세기 독일을 황폐하게 만들던 30년 전쟁 당시 스웨덴 군이 딩켈스뷜을 파괴하려고 했을 때 어린이들이 스웨덴 군 지휘관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간청한 결과 도시가 기적같이 파괴와 약탈을 모면했고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한 어린이들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그 사건을 재현하는 축제가 매년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 축제가 열릴 때엔 마을의 건물엔 화환과 깃발이 걸리고 전통의상을 입은 딩켈스뷜 사람들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으며 관광객들은 딩켈스뷜에 숙소를 잡고 잠깐 머무르며 함께 축제를 즐긴다.

이런 딩켈스뷜의 어린이 축제에서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이 기원이 역사적 사실인가, 허구인가 하는 것이다. 딩켈스뷜의 어린이 축제는 17세기 말 가톨릭 라틴어학교 학생들이 교사들과 함께 학년 말 근교 마을의 선술집으로 나들이를 나갔던 관행에서 비롯되었다. 30년 전쟁이 끝나고 이후 개신교 라틴어 학교와 독일어 학교의 학생들도 카톨릭 라틴어학교를 모방해 독자적인 행사를 진행해나갔다. 개신교인이 대부분이던 딩켈스뷜은 개신교 라틴어학교의 행사가 시민 축제로 발전하고, 18세기 후반부터 개신교 어린이 축제는 축제행렬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무장한 채 시가지를 행진하는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축제는 30년 전쟁 기간 중 스웨덴 군 지휘관이 딩켈스뷜을 파괴하려고 했지만 어린이들의 간절한 탄원으로 마음이 누그러져 자비를 베풀었다는 구전설화와 결합하게 된다. 30년 전쟁에서 과거 스웨덴 군에 협력해 적군과 내통한 배신자로 낙인찍힐 것을 걱정한 딩켈스뷜의 개신교인들이 시가지를 누비는 학생들의 행렬을, 도시를 파멸의 위기에서 구한 개신교 어린이들의 탄원 행렬로 연출한다. 그렇게 자신들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고 상황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 1848년부터 딩켈스뷜 어린이들은 30년 전쟁 중의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스웨덴 군복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기 시작했고 ‘소년 대령’은 어린이들의 용기와 애국심을 칭송하는 시구를 낭송했다. 그렇게 19세기 극작가 루트비히 슈타르크가 창작한 축제극이 딩켈스뷜에서 초연됨으로써 어린이연회의 만들어진 전통은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이로써 연출된 기억이 역사를 대체하게 되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말하듯 “낡은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낡은 것이라고 주장되는 이른바 ‘전통’은 실상 그 기원을 따져 보면 극히 최근에 발명된 것”이다. 홉스봄은 또한 ‘전통’은 새로운 상황에 처해서 낡은 것들을 활용해 현실의 안정과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딩켈스뷜의 어린이 축제에서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이 축제를 이용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고 결속을 다지며 소도시의 관광 상품으로도 톡톡히 활용한다.

19세기 완성된 어린이 축제와 달리 우리나라의 대부분 농촌관광은 2002년 이후 크게 늘어났다. 다양하게 발전한 농촌 관광은 이제 로컬푸드, 지역문화유산 보전, 도보여행 등 농촌관광의 상품 및 콘텐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관광 산업화와 콘텐츠 개발의 취약한 부분이 노출되고 있으며, 농가 숙소 및 농촌의 여가활동을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농촌체험마을 방문객의 방문지 선택에 대해 연구한 결과 농촌체험마을 방문객의 문화역사 유적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왔다. 이는 체험마을 조성 시 마을의 역사유적과 마을의 자원을 연계한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딩켈스뷜의 사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독특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낸 딩켈스뷜의 어린이 축제처럼 한국의 농촌 관광도 지역의 역사를 토대로 지역만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 말이다.

정수연

사람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이해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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