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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의 꿈[임종건의 드라이펜]
임종건 | 승인 2018.10.02 10:46

[논객닷컴=임종건] 제3차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9월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과의 백두산 동반 등반을 보면서 문 대통령과 내가 같은 생각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국으로 가서 백두산에 오르지는 않겠다는 생각말입니다.

4·27 제1차 정상회담 만찬 때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만찬사를 제의했다죠.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북측에서는 건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위하여’라고 하겠습니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백두산 천지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있다. ⓒ청와대

지난달 20일 문 대통령은 그 꿈을 이뤘습니다. 김 위원장이 4월의 문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 두었다가 3차 정상회담을 실행의 기회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으로서 배려가 세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연출솜씨도 상당하다고 여겨지더군요.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정상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것이었죠.

주변에 백두산을 다녀온 사람은 많습니다. 저에게도 같이 가자는 친구들이 있죠. 그러나 저는 내키지 않았죠. 중국으로 가서 중국인들이 장백산이라고 부르는 산에 올라 백두산을 건너다보는 것이 쓸쓸하고 어쩌면 슬프기도 할 것 같았죠.

등산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도 주변에서 여러 차례 백두산 등반 제의를 받았으나 안 갔다고 하죠. 백두산만큼은 중국 땅에서 오르는 게 아니라 우리 땅을 밟고 올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하죠.

대통령의 특권으로 문 대통령은 우리 땅에서 백두산에 올랐죠. 이제 남은 것은 건배사에서 말한 ‘우리 민족 누구나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이겠죠. 그날이 올까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죠.

사실 백두산 관광 얘기는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때부터 나왔던 거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007년 10·4선언에 서울과 백두산을 잇는 직항로 사업이 포함되기도 했었죠. 남측이 활주로 확장용 아스팔트까지 제공키로 했었지요.

이번에 문 대통령은 공군기로 평양에서 삼지연 공항으로 갔고 백두산 관광을 마친 뒤 삼지연 공항에서 서울로 직행했죠. 최초의 서울-백두산 직항 편이었죠. 공항에서 백두산 정상까지엔 찻길도 나 있고, 정상에서 천지까지 내려가는 케이블카도 설치돼 있더군요.

활주로가 1개뿐이고 길이도 3.5km여서 지금은 소형 비행기만 다닐 수 있는 이 공항만 확충되고, 주변에 숙식시설만 갖추어진다면 중국의 연길 대련 등지로 비행기나 배편으로 가서 백두산에 오르는 것보다 훨씬 편리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죠.

북쪽의 개마고원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는 트래킹 코스는 분명 북한광광의 백미가 될 것 같죠. 김 위원장도 내심 그런 생각을 갖고 문대통령을 백두산으로 안내했다고 봐야겠죠. 그가 마식령 스키장, 원산갈마관광지구 개발 등 관광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니 더욱 그렇죠.

이번 백두산 동반등정을 하던 날 중국 쪽 장백산을 덮은 수많은 등산객들을 그도 봤겠지만, 장백산에 오르는 등반객이 연간 200만 명에 이르렀다죠. 그중 한국인은 아직 수만 명 수준인데 북한 쪽 등산로가 열린다면 그 수도 장백산 등반객 수에 못지않겠죠.

나는 그 때를 위해서 오래전부터 꾸어온 또 하나의 꿈이 있죠. 백두산 자락에 서비스센터를 차리는 꿈입니다. 남한은 물론 전 세계에서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차량의 연료도 넣고 차와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인 거죠.

북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죠. 원조, 융자, 투자 등 지원의 형태는 다양하겠고, 그것은 모두 북한이 외국의 정부, 금융기관, 기업 등과 맺는 계약의 형태겠죠. 내가 꿈꾸는 서비스센터는 북한이 개방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허용할 개인과 국가 간의 계약에 속하죠.

나의 꿈이 이뤄지는 날, 남과 북은 진정으로 통일을 이루게 되는 셈이죠. 문재인 대통령의 백두산 등정을 보면서 나도 백두산 등산과 백두산 사업 채비를 슬슬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임종건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및 부장/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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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imjk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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