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지난 9월 18일, 문재인 정부 들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평양에서 진행된 2박 3일간의 정상회담 주요 장면을 전 세계는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북측은 실시간 중계를 위한 남측 중계차 반입과 위성송출을 허용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했다.

전 세계로 실시간 송출된 남북정상회담 방송

평양에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 전송된 영상들은 한국 지상파 3사와 YTN·JTBC 등 케이블 및 종편방송, 중국 CCTV, 일본 NHK, 미국 CNN, 영국 BBC 등의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그러나 정작 북한에는 실시간 생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1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남과 북은 양 정상 간 악수 순간 등 정상회담의 주요 일정을 생중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생방송뿐만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서도 정상회담 관련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까지 마련했다. 윤영찬 청와대 수석은 지도자들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는 회담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사진과 영상으로 올리는 해시태그 이벤트와 평화 응원 릴레이 등 온라인 이벤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만 차단된 실시간 생중계

북한 매체들은 생중계 합의사항을 주민들에게 공지하지도 않았고 생중계도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 조선중앙TV는 회담이 끝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 과정을 상세히 다룬 기록영화를 방송했다. ‘역사적인 제5차 북남수뇌상봉 진행-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에서 상봉 [주체107 2018.9.18.-20]’이라는 제목으로 약 1시간 10분 분량의 영화였다. 조선중앙TV는 평양 정상회담 둘째 날인 19일과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 날인 21일에도 보도 형식으로 회담 관련 영상을 방송했다.

1차 정상회담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 진행 상황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지만, 북한 내에선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회담 3일 후인 30일, 조선중앙TV는 정상회담 전 과정을 상세히 다룬 기록영화를 방송했다. ‘민족의 화해 단합과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놓은 역사적인 만남-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문재인 대통령과 상봉’이라는 제목의 40분물이었다. 조선중앙TV는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오후 약 30분간 보도 형식으로 회담 관련 영상을 방송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왜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는 하지 않고 기록영화에 집중하는걸까?

방송·통신 기반 인프라 열악한 북한

북한 대표 방송채널인 조선중앙TV의 방송시간은 평일 15시부터 23시까지, 토요일에는 12시부터 23시까지, 일요일에는 09시부터 23시까지를 기본으로 한다. 만수대TV는 평양에 설치된 인공위성 중계소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외국 방송을 수신해 휴일 에만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0시간 정도 방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방송한다. 딱딱한 선전매체인 조선중앙TV에 비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 외 어학·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하는 룡남산TV가 있다. 북한 방송은 채널이 몇 개 되지 않는데다 방송권역도 북한 전역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만수대TV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부분 콘텐츠는 내부선전용이다.

북한에는 스마트폰이 400만대 정도 보급되었다고 한다. 이집트 오라스콤(Orascom)과 합작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해 3G 기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성통화, 단문장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게임, 가요 및 드라마 등의 파일공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전화 및 인터넷 접속은 외부 정보유출을 우려해 통제되고 있고, 평양을 벗어나면 접속상태도 좋지 않다. 앱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서 돈을 내고 앱을 설치해야 한다. 탈북주민 전언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만남을 하루 뒤 녹화방송으로 내보냈다. ⓒ유튜브

열악한 인프라와 정보통제로 고립된 폐쇄사회

북한은 외부 정보가 차단되거나 제한되어 있는 고립된 사회다. 남북정상회담이 실시간 생중계되지 않은 것도 정보통제 필요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록영화로 만들어 이를 방송하는 행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동선에 초점을 맞춰 북한 정권에 유리한 것들만 보도하기 위한 내부용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가 풍부하게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서독방송은 분단기간에도 서독과 동독의 정치·사회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와 해설을 방송했다. 동독정부는 이를 허용했다. 폐쇄체제 속에서 동독주민들은 동독사회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동독방송보다 ARD나 ZDF같은 서독방송에 의존했다. 서독방송은 동독주민들이 객관적 정보를 받아들여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였다. 심리적 비방이나 정치적 편견도 없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국가가 정보를 완전히 독점하고, 조직화된 사회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경없는 기자회’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정보 통제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 결과뿐만 아니라 외부의 객관적 정보를 북한 주민들도 알 수 있도록 대북 방송과 정보유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 방송이 이에 화답해야 할 때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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