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전통시장에 왕왕 들르곤 한다. 아직도 전통시장 특유의 매력, 맛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적잖은 어르신들은 아직도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더 익숙하게 생각한다. 필자는 깔끔한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에 가는 것을 즐기는 동시에 전통시장에 대한 애착 역시 갖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인 걸 알지만, 전통시장이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부족한 의견을 보태고자 한다.

먼저 이 둘을 꼭 대립적인 개념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최근 들어 대기업 계열의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의 협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 사회적으로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지역 맛집이나 전통시장의 명물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 현장에 들어선다든가, 대형마트 회사가 청년들이 운영하는 몰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왕왕 접하게 된다. 혹은 복합쇼핑몰 운영 회사가 지역 전통시장의 노후화된 환경을 개선해주는 작업을 한다든지, 전기 및 안전점검과 더불어 디자인 개선작업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의 명물이 대형백화점에 들어섰다. 대구의 모 백화점에서 촬영 ⓒ석혜탁

이 둘은 적이 아니다. 유통기업과 전통시장을 이항대립의 개념으로 상정하는 것 자체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상호 발전을 이어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너무 낭만적인 얘기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한데, 유통기업이든 전통시장이든 결국 고객 만족이 목표다. 유통기업도 전통시장의 정서, 매력을 배워야 살아남는 시대다. 반면 전통시장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유통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간취해내야 한다.

전통시장 발전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적어본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현실을 감안해 시니어 친화적인 조치를 취해보면 어떨까? 외국의 한 슈퍼마켓이 선보인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가령 진열대에 돋보기를 설치해 눈이 나쁜 노인 고객을 배려하는 것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면서도, 간단한 방식으로 섬세하게 고객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다.

아니면 노인 고객들을 위해 휠체어 대여 코너를 마련한 일본의 한 백화점의 시도를 벤치마킹해볼 것을 권한다. 이 백화점은 50대 종업원을 고용해 어르신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 및 관계 부처도 이런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을 늘려주었으면 한다.

전통시장이 선제적으로 유통 대기업에 콜라보 마케팅을 제안해보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예컨대 전통시장의 주차장과 기타 편의시설을 주말에 함께 사용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누구든 주말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방문했을 때, 주차난으로 오랜 대기시간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인근 전통시장이 사용하는 주차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고객들이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레 찾아올 수도 있다. 주차장 사용에 대한 반대급부도 있어야 할 터. 유통기업은 집객효과가 좋은 장소에서 ‘전통시장 식품 박람회’ 같은 이채로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시장 홍보방안에 대해서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세련된 SNS 홍보 감각이 필요한데, 이런 역량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따라잡을 집단이 없다. 그렇다면 시장 상인회 차원에서 인근 학교 혹은 교육청 등에 전통시장 홍보를 정식 봉사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안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통시장 홍보활동이 하나의 봉사활동으로 인정받는다면, 학생들의 참여 동기는 자연스레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전통시장 간의 파트너십을 보다 긴밀히 구축할 필요도 있다. 특정 시장 내의 구성원들끼리만 뭉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상인들도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공동 판촉비 절감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노력도 요구된다.

청와대에 자영업비서관이 신설된 대목에서 보다 정치(精緻)한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조직화된 움직임을 내되, 지역민심과 유리된 주장을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세련된 논리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화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전통시장. 이들은 경쟁자이기 전에 파트너이다. 굳이 경쟁자를 찾자면 온라인 마켓이 아닐까? 집에 나가지 않고 모바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 오프라인 시장들이 공생하며 고객 만족을 실현해 나가길 바란다. 내일은 전통시장에 들러야겠다.

 석혜탁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대학 연극부 시절의 대사를 아직도 온존히 기억하는 (‘마음만큼은’) 낭만주의자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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