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멍멍멍]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대학 사이버 강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꿀강의와 그렇지 않은 것. 여기서 꿀강의란 출석, 과제, 시험이 쉽고 성적받기 좋은 과목을 뜻한다. 강의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 수강해야 출석이 인정되는 과목들도 있지만 일부 과목은 강의 수강 버튼만 눌러도 출석이 인정된다. 오랜 기간 강의 내용과 시험 문제가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년전 혹은 십여년 전의 내용이 그대로 반복된다. 이런 과목은 포털 사이트에 강의명을 검색하면 기출문제와 강의 내용을 정리한 ‘족보’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학점 취득이 목적인 학생들에겐 가히 꿀강의라 할 만하다.

ⓒ픽사베이

이런 강의들은 당장 입에 넣기는 달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사탕과 같다. 매년 같은 구성, 같은 자료로 수업하는 교수도,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학생들도 안다. 하지만 당장 학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지적 노력과 긴장 없이도 졸업 여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강의실이나 교원을 충원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교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강의 내용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 좋고, 학생 입장에서는 손쉽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으니 좋다. 그래서 질 낮은 사이버강의는 좋게좋게 한 해를 또 버틴다.

현재 대학의 일부 사이버 강의들은 수준이 낮은 학술대회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대표적으론 언론에 공개되었던 와셋(WASET,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이 있다. 와셋은 사실상 가짜 학술대회 단체로 논문 제출자에게 돈을 받고 심사 없이 논문을 게재해주었다. 연구의 내용이나 질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형식상으론 국제 학술대회에 참여한 것이기에, 국가 연구비 신청 등의 자격이나 연구 실적으로 인정됐다. 돈을 목적으로 한 가짜 학술대회 단체와 실적을 필요로 하는 교수 및 연구자들이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는 구조였다. 실질적인 교육 내용과 관계없이 학점을 인정하는 사이버 강의처럼 말이다. 당연히 이 안에서 연구나 교육의 내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이버 강의는 강의 내용보다 평가 방식에 민감하다. 학교 측에서 스터디나 오픈카톡 개설 자체를 자제해달라고 공지하기도 한다. 모여서 시험을 응시하거나 문제 유출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에서라면 외부 사이트에서 공유되거나 심지어 판매되고 있는 족보들부터 제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오프라인 강의를 들을 때처럼 학우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예상 시험문제를 만들어 보는 등의 활동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부정행위가 비교적 쉬운 사이버 강의의 특성 때문이라면 평가 방식을 단순 암기 위주 문제나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 문제나 과제 제출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물론 사이버 강의 중에서도 지속적인 강의 내용 업데이트와, 시스템 개편을 통해 양질의 내용을 제공하는 강의들이 있다. 일정 시간 이상 시청하여야 하고, 모든 페이지를 클릭해야만 출석이 인정되기 때문에 강의를 틀어놓고 딴짓을 하는 편법도 쉽지 않다. 군복무중인 학생, 직장인, 또는 여러 여건으로 오프라인 강의에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부분 또한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부실한 강의들은 대학과 교육의 신뢰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 수준의 질적 하락은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 개개인 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사이버 강의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프라인 강의에도 철지난 내용과 자료로 몇 년 째 같은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발전이 멈춰버린 교육자와 연구자들의 도덕적 해이, 학점만 따면 된다는 학생들의 인식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논문 편수로 교수를 평가하고, 학점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한 몫 한다. 질 보단 양이고, 내용보단 형식이다. 사이비 강의들은 꿀강의라는 이름 뒤에 숨고, 졸업장과 학위 수여가 목적이 되어버린 대학 교육의 모순 뒤에 숨어 살아 숨 쉰다. 그 숨결이 대학의 얼마 남지 않은 희망마저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광호

 스틱은 5B, 맥주는 OB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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