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 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현 정부가 지속되는 한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국민성장론, 출산주도성장론 등 내용은 감이 잡히지만 경제이론서 어디에도 없는 창의적인 성장론으로 논쟁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경제성장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장과정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무조건 ‘성장’에 방점을 찍고 논쟁하고 있다.

우선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놓고 분배를 생각하자는 간단하고 선명한 경제개발논리가 우리의 절대적인 가치체계로 들어와 있어, 성장이 신성한 가치인 양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이 논리는 저개발국가에서 고도성장을 누릴 때 잠시 먹혔던 분석 결과이지만, 경제가 성숙단계로 넘어 가면서는 유효하지 않은 낡은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더욱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쿠츠네츠가 우려했듯이 성장의 지표가 되는 국민총생산(GDP)은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나타낼 뿐 국민의 행복이나 삶의 질, 복지를 측정하는 지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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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은 왜 등장했을까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경제성장은 GDP의 증가를 말하는데 노동, 자본, 기술의 진보가 생산과정에 투입되어 부가가치가 증가되는 현상이다. 이는 경제의 공급사이드에서 생산요소가 투입되고 총체적인 생산과정을 거치면서 생산물이 증가된 결과를 성장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할 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여 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증가를 가져오는 구조이다. ‘이윤율’이란 변수가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성장으로 기업에 귀속되는 이윤부분은 계속 높아지고, 노동에 배분되는 부분(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하게 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하락하면 생산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소비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이윤율은 하락하고, 기업은 투자를 축소하여 경기가 침체하게 된다.

여기서 소득주도성장이 등장하게 된다. 경제의 수요사이드에서 소득을 높혀 수요를 확대시킴으로 기업의 투자와 생산의 증가로 연결되도록 소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경제성장은 경제의 공급과 수요 각각의 역할과 상호작용에 의해 산출되는 결과물이므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성과를 분리해서 측정하거나 예측하기는 어렵다. 주류경제학에서도 성과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이론체계도 성과를 확신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즉, 소득을 높혀 수요를 창출시켜 성장에 기여하는 과정에, 기업은 비용상승으로 인한 이윤율 하락으로 투자를 감소시켜 성장을 하락시키는 역효과가 동시에 존재한다. 결국 소득증가에 따른 수요사이드의 성장효과가 공급사이드의 성장 역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성과가 있어야 소득주도성장이 성과가 있을텐데,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확인하기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단지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라는 분배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진보적인 가치를 성장전략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있지만, 아직 실험적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북유럽의 경우와 같이 정치·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극한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현실에서 가능할 지는 깊은 회의감이 든다.

소득주도성장에서 ‘소득’에 방점찍어야

경제사적으로 20세기 세계경제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인구의 급증, 자본축적의 가속화, 획기적인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이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학자 고든을 대표로 하는 경제성장비관론자들은 성장의 종말을 언급하면서 인구의 노령화와 인구증가 정체, 기술혁신의 한계 등으로 성장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도 경제가 저개발단계에서 성숙단계로 넘어갈수록 구조적인 문제로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있어서도 잠재성장율이 2000년대 들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향후에도 성장율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성장목표에 집착하여 이런저런 성장주도론을 만들어내어 무리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것은 산업구조의 불균형,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결론적으로 정책당국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가치를 소득에 두어 노동자의 소득제고와 고용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개발과 견고한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단기적인 성장정책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경기침체국면을 슬기롭게 견뎌내고 미래성장을 준비하는 ‘소득정책개념’으로 재정립하기를 바란다.

무조건 ‘성장’에 방점을 찍어 국민들에게 신기루 같은 기대감을 불어넣어서는 안된다. 더욱이 공격받기 쉬운 모호한 이론체계와 추상적인 성장개념을 정책목표로 부각시켜 정파간에 소모적인 논쟁거리만 제공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성장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선언하고, 노동자의 실질적 소득을 증가시키고 분배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경기하강 시에 노동소득 안정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보장체계 확립 등과 같은 분명한 정책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치·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서, 국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야 그나마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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