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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된다[김우성의 일기장]
김우성 | 승인 2018.10.19 11:51

[논객닷컴=김우성] 몹시 추웠던 올해 초, 대한민국을 한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테니스 선수 정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정현은 파죽지세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올랐다. 강자들을 차례로 꺾는 그의 행보에 국민의 관심이 커져갔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노박 조코비치와의 경기였다.

조코비치는 매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탑랭커 조코비치를 상대로 비교적 약체인 정현이 완승을 거두자 세계가 놀랐다. 물론, 당시 조코비치 몸 상태가 100%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작년에 팔꿈치 부상을 입어 6개월 동안 쉬었다. 오랜만에 출전한 대회가 호주오픈이었는데, 부상 여파 탓인지, 신음을 내면서까지 분투했지만 결국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정현에게 발목을 잡혔다.

그 후로도 조코비치는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3월, 미국 인디언웰스 마스터스에 출전한 그는 1회전에서 타로 다니엘이라는 세계랭킹 109위의 일본 선수에게 패했다. 뒤이어 출전한 마이애미 마스터스에서도 첫 경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부상을 입었었다고 해도, 결승전 진출을 밥 먹듯이 하던 조코비치가 대회 초반에 짐을 싸는 모습은 낯설었다. 세 대회 연속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조코비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Life goes on”

지난 1월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 경기에서 정현이 노박 조코비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에서 졌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 아니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며 애써 씩씩하게 말한 조코비치.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효과였을까. 그는 서서히 예전 기량을 회복했다. 봄꽃이 만발하던 클레이코트 시즌 때 물오른 실력을 과시하더니 급기야 7월, 윔블던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8월에는 신시내티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4대 메이저 대회와 아홉 개의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새 역사를 쓴 조코비치는 9월, US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고, 기세를 이어 얼마 전 상하이 마스터스까지 접수했다. 올해 초, 정현에게 패한 뒤 쓸쓸히 코트를 떠났던 조코비치는 현재 절대 1인자로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잡고 있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나는 학교 동아리와 지역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끔씩 대회에 참가하는데, 최근에는 전국 대학 동아리 테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우승을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어 본선에 진출했지만 중간에 탈락했다. 참 씁쓸했다. 세상은 크고 넓은데 반해 나는 너무 작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 승부의 세계에서 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패배의 쓴맛은 여전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도 상처 입을 때마다 처음 겪는 것처럼 새롭다.

나름 훌륭한 인재라고, 가진 게 있고 보여줄 게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할 때가 종종 있다. 자칫 자부심이 교만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운동을 한다. 운동을 통해 나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겸손하되, 삶을 긍정하는 법도 배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없이 초라해져야 한없이 화려해질 수 있다고, 그러니 미약한 지금 모습에 좌절하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야 한다고 운동은 나에게 말한다. 부진의 늪에서 탈출해 화려하게 비상한 조코비치를 보니 그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예전에 드라마 ‘미생’을 즐겨 보았다.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장그래의 좌충우돌 일상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다. 수많은 명대사 가운데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된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한 때, 바둑 기사를 꿈꾸었던 장그래가 대국 중에 돌을 일부 빼앗기더라도 게임이 바로 끝나지 않으니 마지막까지 버티고 싸워야 한다고, 전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품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다. 나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과 같은 삶, 무릎을 꿇게 만드는 냉정한 현실과의 힘겨루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다시 일어서자. 다시 힘을 내자.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우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안보전공 학사과정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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