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피드백(Feedback)은 생태계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전에 피드백 관련해서 두어 차례 칼럼을 썼었다. 그때는 피드백이 안 되는 문화를 비판하는 글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직접 했던 피드백이 어떻게 긍정적인 결과를 끌었는지 말해보려 한다.

피드백 잘 하는 골프장

2006년 나는 최배달이 도장(道場)백파 도전하듯이 여러 골프장을 찾아다녔다. 그런 내게 묘한 골프장 소문이 들려왔다. 그래서 겨울 무렵 어렵게 부킹(당시 평균 부킹경쟁률 30:1)을 해서 영종도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 스카이72CC를 갔다.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했더니 캐디가 헤드 캡을 씌어주고는 버디 송을 불러줬다. “♬ 울렁울렁... 이 다음엔 홀인원이야.” 놀라웠다.

그늘 집에 갔더니 벽에 주기도문을 패러디한 글이 보였다. “나의 실력보다는 상대방의 실수로 돈을 따게 해주시고...”로 시작하는 기도문이었다. 빵 터졌다. 그리고 후반 홀 코스 중에 포장마차가 있는데 헉! 붕어빵이 공짜다(월 평균 2500만원이 나간다고 한다). 너무 신기해서 다음에는 하늘코스를 부킹해서 갔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골프장이라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에는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 12번 홀을 갔더니 천재 골프소녀 미쉘 위 등신대 목각상이 돌탑에 돌을 쌓고 있었다. ‘천재소녀는 무엇을 비는 중일까.’ 마음이 짠했다.

스카이72CC 가을 오션코스 전경 ⓒ황인선
오션코스 17번홀. 이번 LPGA에서 프로들이 고전한 파3홀 ⓒ황인선

시간이 지나도 그 골프장이 잊어지질 않았다. 유통저널에 칼럼을 쓸 일이 있었는데 글에 ‘그곳에 가면 바람이 분다.’ 시를 써서 삽입했다. 며칠 뒤에 그 시만 떼어 스카이72CC 홈피에 기고를 했다. 회사 서비스가 좋으면 좋다고 해주는 게 소비자의 미덕이다. 그래야 회사 담당자가 탄력을 받는다. 그런데 이틀 뒤에 뜻밖의 전화가 왔다. 스카이72 홍보실이라고 했다. 그 시를 골프장 직원들이 매우 좋아했다며 인사를 하겠다고 삼성동 회사로 찾아왔다.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사진을 찍어갔다. 그리고 며칠 뒤에 또 연락이 왔다. 기업 마케터 중에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 대상으로 마케팅 위원회를 만들고 싶은데 나보고 대신 조직해달라는 것이었다. 참신하며 영리한 전략이다 싶었다. 그렇게 마케팅위원회(MCC)가 만들어졌고 올해로 12년차가 되었다. 위원은 35명. 그들은 스폰서, 홍보, 교육 등으로 스카이72를 돕는다.

동심 서울, 동심 숲, 동심 골목

나는 12년간 그 골프장을 지켜봤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골프에서 펀을 찾아라(Discover Fun in Golf)'가 슬로건이고 늘 유머와 어린아이 같은 퍼포먼스를 12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유머 퍼포먼스는 계속 진화했다. 주말골퍼들이 버디를 쉽게 하라고 18홀 중 두 홀에는 빅 홀컵을 만들고 일요일 아침에는 무료 샐러드 빠를 운영하며 겨울에는 야채수프가 공짜. 작년 광복절에는 카운터 직원들이 김구, 유관순 복장을 하고 태극기와 도시락(도시락 폭탄)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스카이스타일 영상을 만들어 돌리고 추석에는 춘향 코스프레도 했다.

지역 어린이들을 불러 에코 소풍 행사를 하고 오션코스에는 곤충 호텔도 만들었다. 골프장에 서식하는 물고기, 동물, 나무와 꽃 사진을 찍어 유머러스한 글과 함께 전시를 했다. 연말이면 하루 골프장 피(Fee) 전액을 기부하는 러브 오픈 행사도 한다. 현재 누적 금액이 80억. 인천에서는 인천공항관리공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골프장 코스 내 붕어빵 포장마차. ⓒ황인선
광복절 퍼포먼스 ⓒ황인선
티잉 그라운드 홀맵. 재미난 유머 글 판 ⓒ황인선

내가 한국 경영학 교수들에게 여러 번 부탁한 것이, 외국 사례만 퍼오지 말고 한국사례도 찾아서 연구하고 전파해달라는 것이었다. 지금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을 주시하는데 우리도 멋진 경영 사례를 발굴해 그들 나라에 수출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유머 경영도 그렇게 알려졌다. 그런데 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럼 할 수 없다. 내가 직접 쓰는 수밖에. 그래서 이번에 스카이72와 내놓은 책이 <동심경영>이다. 세계 최초의 경영 개념이다. 이것이 포드 경영, 인간주의 경영, 가이젠(改善) 경영처럼 학문적 가치가 있으려면 경영학 교수들이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원래 제목은 ‘한국을 깬 골프장, 스카이72’ 이야기였는데 소담출판사가 새로운 개념을 찾자고 해서 나온 신개념이다.

동심과 골프는 생각보다 잘 맞는 궁합이다. 원래 골프가 시작된 것도 스코틀랜드 북부 링크스(바닷가 사구 지역)의 어린 목동들이 야생 토끼를 쫓던 심심풀이 놀이였다. 스카이72의 스토리텔링과 퍼포먼스 기본도 동심이며 붕어빵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고 스카이72 김영재 대표도 스코틀랜드 골프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영감을 받는다고 했으니 동심이 과연 딱이다. 골퍼들도 골프장에 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요즘 과거를 간직한 골목길 투어가 유행인데 그 역시 동심을 찾아가는 여행일 것이다. 레고와 피규어, 공주 패션을 하는 어른들도 동심을 찾는 키덜트(kidult. Kid와 Adult의 합성어.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들이다. 미니 쿠퍼스도 동심을 자극해서 성공했다. 동심은 이 시대를 치유할 수 있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얼마 전 그린 트러스트에 서울 숲을 ‘서울 동심 숲’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는데 이참에 서울시도 ‘동심 서울’로 콘셉트를 잡으면 서울로 7017, 청계천 물길 운영도 바뀔 것이다. 현재 버스 광고를 도배하는 ‘잘 생겼다’ 광고보다는 훨 나을 것이다. 연트럴 시티나 백화점, 마트 같은 공간도 동심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심의 피드백

다시 피드백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이들은 싫으면 싫다, 고마우면 고맙다 쉽게 말한다. 그러던 어른이 되면 어느덧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회사에서 호프데이 등을 하지만 솔직한 피드백은 없다. 요즘 닭 벼슬 광고처럼 고객은 불만은 잘 터트려도 칭찬의 피드백은 드물다. 단톡방에는 댓글이 없다. 답이 없는 것 자체가 의사표시이니 서운해 하지 말라는데 그럼 운영자는 맥 빠진다. 이것들이 동심의 피드백이 없는 풍경들이다. 내가 했던 작은 피드백으로 나는 12년 인연을 만들었고 끝내 책까지 냈다. 그러니 독자들도 동심 피드백을 습관으로 만드시길!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8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전 제일기획 AE/ 전 KT&G 미래팀장
저서< 컬처 파워>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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