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선정됐다. 이나영 주연의 이 영화는 탈북여성이 조선족 남성과 매매혼을 하여 낳은 아이가 14년 만에 한국으로 찾아오면서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원시사회에서 여성은 가족 구성원의 주요한 노동력으로 간주되고 여성이 출가한다는 것은 노동력의 손실로 보았다. 그래서 신랑 측에서 신부나 신부의 집안에다가 그 손실에 대한 일정한 보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는 매매혼이라 함은 탈북여성들은 중국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서 중국 남자와 혼인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를 악용하여 결혼하기에는 어린 나이임에도 돈과 체류를 위해 억지로 결혼하기도 한다.

ⓒ픽사베이

1990년에 1.2%에 불과하던 국제결혼 비율은 2005년에 13.6%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 시기 한국은 남아선호사상에 의한 성비 불균형 때문에 남초가 도드라졌고 도시화의 흐름 속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던 남성들은 결혼 경쟁력이 떨어졌다. 결혼할 여성이 부족해지자 돈을 들여 필리핀이나 중국, 베트남에서 여성을 데려와 혼인을 하는 풍조가 생겼다. 이러한 매매혼적인 국제결혼이 태동하던 초기에는 외국 여성이 한국에 들어와 결혼한 뒤 잠적을 한다거나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강도 높은 일을 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 남성은 그들을 돈을 주고 산 소유물 정도로 인식했지만 여러 나라의 신부들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부푼 꿈을 안고 위험을 감수했다.

몇몇 지인들과 국제결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돈을 주고 동남아 등지에서 여성을 데려와 결혼을 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였다. 대부분 국제결혼을 매매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활동 중이거나 출연했었던 외국인들 샘 해밍턴, 알베르토, 크리스티나 등.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국제결혼에 대한 생각은 사뭇 열려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이 우리보다 선진국, 소위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일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국제결혼이라는 단어에 매매혼의 뜻이 깃들어 그 의미가 오염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매매혼과 국제결혼. 우리는 이것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국제결혼은 단순하게 말해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중개를 통한 결혼일 수도 있고 연애결혼일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제결혼을 싫어한다기보다 돈을 지불하여 중개업체를 통해 맞선을 보고 여자를 골라서 한국에 데리고 오는 행위를 불편해한다. 국내 결혼의 경우에도 중매를 통해 결혼하는 것을 극구 거부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막기 힘든 일이다. 또한 중개를 통하든 연애결혼을 하던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중개서비스에 문제가 있기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17년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하여 통계청에 공시한 국제결혼중개실태조사를 보면 결혼중개 서비스를 받은 결혼이민자들이 주로 입는 피해는 과장광고(4%), 계약서에 없는 추가비용 요구(3.3%), 배우자의 신상정보미확인(2.9%), 배우자의 신상정보 조작(2.5%), 위약금요구 (2%), 배우자의 중대 신상정보 미제공(2%), 맞선불이행(1.9%)으로 나타났다. 맞선 불이행을 제외하면 모두 결혼이민자를 속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즈벡 여성과의 맞선을 보기위한 평균비용이 1831만원임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결혼중개서비스의 질이 아주 낮은 편이다. 응답자 중 32.1%가 결혼중개업자 자질향상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중개업체 불법행위 지도점검 강화(27.4%), 이용자 피해예방교육 강화(25.9%)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국제결혼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결혼중개업체가 정직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돈을 받고 국제결혼을 중개한다는 사실은 크게 변할 것이 없다. 하지만 필요한 이들이 있기에 서비스는 존재한다. 국제결혼을 원하는 이들은 더 좋은 중개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흔히 서양인과 결혼하면 개방적이라거나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 동남아나 서아시아 쪽 사람과 결혼을 하면 국내에서는 짝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심지어 독신으로 살더라도 중개를 통한 국제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할 만큼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미 너무 부정적으로 물든 국제결혼이라는 단어를 재창조하거나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국제결혼을 일반 결혼과 구분 짓지 않고 그냥 ‘결혼’이라고 한다거나 ‘인터내셔널 매리지’와 같이 영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여 단어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의미 없는 몽상에 그칠지 모르겠으나 설득에서 라벨링의 힘은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인식 교육과 동시에 부정적으로 물든 단어들을 교체하는 사업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가장 완벽한 해결은 규제도, 금지도, 교육도, 심사 강화도 아니다. 바로 사랑이다.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은 그 어떤 단어보다 힘이 있다. 비록 당장은 타인의 시선은 다르더라도 사랑으로 배우자를 아껴주면 어떤 관계든지 기꺼이 존중받을 것이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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