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애의 에코토피아]

[오피니언타임스=박정애] 엄마들은 늘 자식 걱정이다. 우리 아이가 학습이나 운동에 뒤처지면 어떡하나, 나쁜 친구를 사귀면 어떡하나. 그래서 독서를 강조하고 학원에 보내며 엄마들과의 교류를 통해 좋은 친구를 선별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신경 써야 할 내 아이가 먹는 음식의 출처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론 식품 첨가물, 유전자변형작물(GMO), 항생제, 성장 호르몬제, 농약, 제초제 등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돼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식품의 민낯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깊이 파헤치다 보면 식탁에 올릴 음식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 그냥 눈 딱 감고, 믿고 먹자는 심정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최고의 식품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한 마음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름 최고의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또한 여러 가지 오해와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해 온 우유를 두고 남편과 언쟁이 일곤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외모가 중요시 여겨지다 보니 키 크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고 인정받아 온 우유를 억지로라도 많이 마시게 할 것인가, 아니면 못 마시게 할 것인가를 두고 옥신각신하게 되는 것이다.

ⓒ픽사베이

사실 완전식품의 대명사였던 우유를 자꾸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장 호르몬제와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계속 마음속을 맴도는 이 우려를 닦아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서 여러 서적과 자료들을 찾아 읽어 보았다.

우유 생산을 촉진시키는 성장호르몬제는 rBST(bovine somatotropin)이다. 일명 ‘부스틴’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우리나라 LG 생명과학에서 연구 개발해 낸 제품이다. 그리고 15년 전인 2003년도까지는 일부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성장 호르몬제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수의사 처방에 따른 치료약으로만 소량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농식품부 자료를 살펴보면 부스틴의 국내 소비량은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다 2017년 3월에는 부스틴 국내 판매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미국에도 성장 호르몬제를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유전자변형작물(GMO)을 연구 개발하는 다국적 농업기업인 몬산토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성장호르몬제의 이름은 ‘파실락’이다. 이름만 다를 뿐 기능은 같은 호르몬제이다. 하지만 이 제품 역시 미국 내 소비자단체들이 10년 넘게 문제 제기를 한 결과 결국 미국 내 판매가 중단되었고, 한국에서도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아직 식품 안전에 대한 감시의 촉각을 곤두세우기 힘든 후진국에서는 여전히 이 호르몬제들이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올바른 식품을 생산하는 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자료들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성장호르몬제 사용에 대한 의심은 어느 정도 풀어졌다. 하지만 또 하나 우유팩으로 가던 손길을 멈칫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항생제 때문이다. 사실 사람도 아프면 항생제를 복용하듯이 젖소들도 아프면 항생제 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든 우유는 ‘무 항생제 우유’가 맞는데, 그 이유는 우유 유축 시, 항생제 잔류 검사를 실시하고 통과한 우유만 시중에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신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다만, 항생제 남용을 우려한다면 젖소가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고의 우유는 최고의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선택권을 쥔 바로 우리, 소비자가 나서야하지 않겠는가.

우유뿐만이 아니다. 최고의 식품은 소비자의 최선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박정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수필가이자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 중.
숨 쉬는 존재들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 하나하나 실천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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