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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과 아미쉬 마을[안희진의 민낯칼럼]
안희진 | 승인 2018.10.31 07:30

<8주간의 완전한 건강>(8 weeks of Optimum Health)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앤드류 와일 박사는 그 책에서 정신적인 치유를 통해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 어느 것도 접하지 말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에서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공원 등을 찾아가서 자연의 기운을 몸속으로 받아들이라고 권유한다.

예전에는 이름난 명승지를 찾아가는 것이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이었으나, 요즘은 전화도, 텔레비전도 없는 외딴 곳들이 점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며칠이라면 바깥세상과 단절된 외로움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아마도 우리는 곧 답답해하고 또 어쩌면 불안해지기까지 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온갖 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미국의 어느 구석에, 편리한 현대생활을 거부하고 옛날 모습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고집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퍽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은 바로 아미쉬(Amish)들이다. 쉽게 말하자면, 아직도 총각은 머리를 길게 땋아 늘어뜨리고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며 생활하는 청학동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남자는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검정색 모자에 검정색 옷을, 여자들 역시 검정색 긴 드레스에 흰색이나 검은 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쪽 지듯이 뒤로 묶어 올린 머리를 흰 천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 아미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픽사베이

그들은 17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보수주의 기독교도들의 후손들인데 지도자였던 제이콥 아마난의 이름을 따서 아미쉬라고 불리고 있다. 18세기 초에 종교적인 박해를 피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었으며, 현재 미국 중부와 동부에 걸쳐 약 9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오하이오州에 가장 많은 아미쉬가 살고 있으나 펜실바니아州 랭카스터에 있는 아미쉬 마을이 일반인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목격자’(Witness)라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 바로 랭카스터인데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아미쉬들은 성경말씀을 충실히 지키며 매우 검소하고 절제있게 생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전화는 물론 자동차나 전기를 이용한 문명의 이기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일체 사용을 금하고 있다. 심지어는 농사가 주업임에도 트랙터 대신 말이나 당나귀, 또는 사람의 힘으로 밭을 갈고 있었다. 일요일이면 이웃들의 마굿간을 빌려 예배장소로 돌아가며 사용하고 있는데 까만색의 마차들이 줄을 지어 동네 길을 달려가는 모습이 아주 이채로웠다. 정부로부터 웰페어를 포함한 어떠한 보조도 받지 않는 대신에 그들만의 규범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펜실바니아 산골짜기를 돌며 들렀던 그곳을 돌아보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였다. 아무리 폐쇄적인 사회라고 하더라도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을 테고, 다른 사회의 색다른 공기를 맛본 청년들이 과연 전통적인 생활을 계승하려고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의문이었다. 마을의 젊은이는 17세가 되면 그의 자유의사에 따라 교회의 일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바깥세상으로 떠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교회를 선택하는 비율이 무려 75%나 된다고 했다.

산아제한이 없어 아이를 많이 낳는데, 그 덕분에 아미쉬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질 좋은 농작물 이외에 특히 아미쉬 사람들의 퀼트(quilt;조각보) 제품은 고유의 디자인과 정교한 솜씨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들의 실생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고운 색의 조각 천들을 이용해서 만든 화려한 퀼트 이불은, 빨래줄에 걸려 있는 검은 색 일색의 빨래들 속에서 한두 개 눈에 뜨이던 빨간색의 여자 속내의처럼, 아름다움을 향한 그곳 여인들의 마음을 엿보게 해주었다.

행여 나와 같은 구경꾼들의 방문이 그들의 삶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를, 그래서 신념대로 택한 용기 있는 삶의 방식을 오랫동안 지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한가롭게 길을 가는 검정색 마차를 뒤로 하고 마을을 벗어났다. 마차에 타고 있던 까만색 모자를 쓴 붉은 뺨의 소년이 그들의 곁을 스쳐 가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논객닷컴=안희진]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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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진  anizi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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