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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필요해[김봉성의 고도를 기다리며]
김봉성 | 승인 2018.11.05 11:12

[논객닷컴=김봉성]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했다. 우승자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좀 더 비싼 내가 되어야 하는 ‘교실 이데아’를 살아온 우리에게 승자 독식은 익숙한 논리였다. 익숙함과 고통은 별개였다. 고통은 만성이 된 월요일 아침처럼 참을 만하거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시대는 백종원을 호명했다.

그를 향한 러브콜의 이유는 수많은 자취생들이 요리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도 아니고, 자신의 음식과 장사 노하우를 공개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신뢰할 만한 어른’이기 때문이었다. 2015년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 그는 한결같이 ‘음식’의 길을 걸었다. 혹자는 자기 사업을 위해 이미지 메이킹 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지만, 대중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행보에서 진정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스틸컷. ⓒSBS

그런 어른이 필요한 것은 절대다수가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기대고 싶은 것이다. 일상화 된 경쟁 속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내면화 되었다. ‘금수저’, ‘흙수저’가 신조어로 등장한 것은, 각자도생해야 하지만 각자도생할 수 없는 사회 환경에 대한 불만을 반영했다. 작금의 청년들은 대부분 누구에게도 지지 받지 못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보면 부모님조차 지원군이 아니라 심리적 채권자에 가까워졌다. 모두들 자기 혼자 어찌할 수 없는 불안을 갖고 있지만, 공유해도 해소되지 않아서 공유되지 못했다. 무한경쟁의 불확실성 속에 내 편이 없다는 불안을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했다. 이럴 때, 백종원이 나타났다. ‘설탕을 더 넣어 보세유’하며, 옆에서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란다.

물론, 해결책을 제시하는 어른은 많다. 서점에만 가도 경제 성장기의 감나라 대추나라 출신들의 일해라 절해라 하는 오지랖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서 진정성이 우러져 나오거나 청년들에게 맞는 소통 방식을 갖춘 이는 드물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냉소받는 것은 독자가 보기에 큰 굴곡 없는 작가의 삶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근 맛컬럼니스트 황교익이 대중의 과도한 공격을 받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 때문이었다. 다름이 인정되지 않는 견고함에서 풍기는 권위주의의 기미를 청년들은 참지 않았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그들의 우월성만 남았다. 진짜 내 편은 아니었다.

백종원은 내 편 같았다. 그는 그의 게임 닉네임 그대로 ‘밥장사’로 살았다. 유명해진 이후 조명된 그의 과거에는 밥장사가 그득했다. 삶으로 획득한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떤 음식을 마주해도 자판기처럼 공시적·통시적 설명을 내놓았다. 그 정도 전문성에, 1400여개 프렌차이즈 업소를 거느린 사람이라면 권위를 풍길 법도 하지만 그는 무골호인 같았다. 상대보다 높은 사람이 아니라 먼저 해본 사람으로 스스로를 낮췄다. <골목식당>에서는 가르쳐야 할 자영업자에게서 그보다 나은 점을 발견하면 인정하고 배우려 들었다. 꼬장꼬장하게 구는 자영업자를 설득할 때도 권위로 누르지 않고, 실력으로 납득시켰다.

진정성 있는 삶에서 우러나오는 전문성은 유시민도 결이 같았다. 그는 이름 그대로 민주주의 ‘시민’의 최전선을 살았다. 전직 장관 출신에, 총리, 대통령 후보에 오르내리는 사람인데도 그는 자신을 지식 소매업자로 낮추었다. 그의 설명으로 우리는 시대를 이해했다.

백종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식과 음식이라는 장르 차이 때문이겠지만, 백종원의 해결책은 입에서 즉각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푸드트럭>과 <골목식당>에서 보여준 모습은 우리가 간절해 하는 멘토 그 자체였다. 출연자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든, 개과천선 수준의 일취월장을 이끌어냈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감이 필요할 때 감을 놔주고, 배가 필요할 때 배를 놔줌으로써 출연자가 실제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잉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늘 ‘할 수 있어야’ 해서 대체로 ‘할 수 없는’ 좌절을 맛보고 있다. 미션1을 할 수 있게 된 순간, 미션2, 미션3, 미션4가 끊임없이 주어져서 성취감은 간이역처럼 짧게 스쳐 지나갔다. 승자 독식 구조에서 평범한 노력가들에게는 성취의 보상도 시시했다. 그래서 우리는 체념에 익숙해졌다. ‘열심히 해도 꿈을 이룰 수 없다’는 9할의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꼰대들은 ‘네 꿈을 펼쳐라’라고, 개굴개굴 개구리다.

백종원이 내게 해준 것은 없다. 그러나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바닥에서 아등바등하는 이들의 진지한 편이 되어주는 모습에서 내 만성 불안도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백종원이야말로 난도(難度) 높은 경쟁 사회 속 연꽃 같은 교익(敎益, 불교 부처의 가르침에서 얻는 공덕과 이익)이다. 인생 선배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 모범 시민(市民)을 나는 좋아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다. 나도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또한, 나는 그렇게 나이 먹어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김봉성

대충 살지만 글은 성실히 쓰겠습니다최선을 다하지 않겠습니다.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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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성  nonsulroad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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