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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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니 대학생이 되어서도 나는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월세집도 없이 누군가에 얹혀 살아야하는 신세였지만 그때는 다 똑같아보였다. 취업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서 적금도 넣고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그러면 다 똑같아지는 줄 알았다. 심지어 S그룹 회장과 내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착각할 정도.

하지만 안전지대였던 학생 옷을 벗고 나니 선명하게 보였다. 매달 찍히는 월급으로는 도무지 살 수 없을 뿐더러 결혼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 보다 늦게 취업한, 월급이 적어서 모임 때마다 앓는 소리를 하던 금수저 친구는 삐까번쩍한 아파트를 사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어여쁜 신부와 결혼해버렸다. 인생은 원래 출발선이 다르고 영원히 평등할 수 없는 계급놀이였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요즘 유행하는 에세이에 편승하여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둥, 열심히 살지 말라는 둥, 마음에 집중하라는 둥 등의 주문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공평하지 않은 인생을 ‘인정’하고 나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부자의 정의도 다시 해봤다. 강남의 아파트 한 채가 아닌 우리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외제차가 아닌 우리 가족이 모두 탑승할 수 있는 차.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삼겹살을 옹기종기 구워 먹을 수 있는 삶.

새롭게 정의한 ‘부자’도 가만히 숨 쉰다고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땀을 흘려야 한다. 때로는 병도 얻겠지. 그리고 어느 날 지난 날을 돌아보면 흐뭇한 미소와 쓴웃음이 교차하겠지.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저와 함께 부자 되실 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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