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이번 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에 대해 어떻게든 결단을 해야 한다.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이 부동산 폭등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인상을 거론한 이후 이 총재의 입장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금리결정은 경기, 물가, 고용사정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면서도, 이번 국감에서는 금융안정을 고려하여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다가, 최근 주가폭락을 겪으면서는 실물경제를 고려하겠다고 금리동결을 예상하게 만든다.

국내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경기를 더 위축시킬까 우려되고, 주가폭락에 기름을 부으면 그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반면에 금리를 동결하자니 지금의 저금리로는 부동산투기도 문제고, 미국과의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이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이번 달 결단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이 총재의 고민은 깊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과도한 금리인하가 부작용을 가져왔다

금리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금리를 인하하면 금융시장에서 통화량이 증가하고, 통화는 실물부문에 흘러 들어가 투자, 생산,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물부문의 확장은 다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통화의 유통을 활발하게 한다. 2014년부터 한은이 주도한 과도한 금리인하(2.5%에서 1.25%로)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통화량은 급격히 증가되었지만, 실물부문으로 흘러 투자, 생산, 고용의 활성화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금융시장에 머물러 투기자금공급 역할만 했다고 평가된다.

2014년부터 경제성장은 잠재 성장률인 3%전후에 머물러 있지만,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시가총액은 2389조원이 증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과도한 금리인하가 투자, 고용,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어떤 증거도 없고 부동산투기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대폭 내리고 화폐공급 등 양적 완화정책을 썼지만 경기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금융시장 안에서만 머물러 있으면서 투기자금 펌프역할만 한 것이다.

이주열 총재의 금리결정 스텝이 꼬였다

11월 30일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날이다. 이 날 결정된 금리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금리인상을 한다면 내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금리동결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엔 ‘논리적’으로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저금리에 과잉유동성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기가 아무리 침체된다 하더라도 금리를 인하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마디로,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기회를 놓쳐 금리조절이라는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수단을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2014년부터 저금리에 도취돼 안일하게 즐기는 동안, 각종 경제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방치해버린 꼴이 됐다.

2015년부터 미국은 양적 완화 종결을 예고하면서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금리인하를 계속했다. 2017년에는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한국의 금리보다 높아졌고, 2017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자, 뒤늦게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했어야 했다. 2017년은 전반적으로 경기흐름이 괜찮았으며, 물가상승 압력도 있었고, 부동산 상승에 따른 금리대책도 필요했으며, 미국이 추가금리 인상을 예고해 자본의 해외유출 우려도 있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해도 무리가 없었다. 2017년에 적어도 3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해서 정책금리를 2%대로 올려놨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금통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차례 0.25% 인상으로 인상시늉만 했을 뿐이다. 금리를 정상화시켜 향후의 경기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금리의 역할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행은 경제의 장기적인 흐름을 예측, 파악해 경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금리결정을 '탄력적으로 단행'하기에는 스텝이 꼬인 것이다. 부동산 폭등, 미.중 무역마찰, 주가폭락 등 경제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은행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리결정이라는 정책수단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장기적인 전략실패로 지금 심각한 딜렘마에 빠져 있다.

이주열 총재 취임(2014년)이후 통화정책을 되돌아 볼 시점

현재의 시점에서 경기, 투자, 고용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측의 희망에 따라 금리인상을 결정하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 총재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금융정책과 그 효과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 시점에서의 경제상황을 고민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거의 비정상적인 저금리 상황이 지금까지 미쳤던 심각한 부작용을 치유하는 차원의 금리인상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2014년부터 5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통화량은 급팽창하게 됐다. 광의의 통화량인 M2는 2013년 1885조원에서 2018년 7월 2637조원으로 752조원이 늘었으며, 동기간 가계부채는 약 500조가 증가돼 M2 증가분의 상당이 가계부채 증가로 나타났다. 즉 저금리 지속으로 늘어난 통화량의 70% 정도 자금이 가계부채로 흘러 들어 부동산 등에 투기자금화한 것이다. 이는 가계의 부채부담으로 인한 내수위축과 경기하강의 주 요인이 됐으며, 향후 자산가격 하락 시 가계부채의 부실화로 한국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이 부담스러운 이유로 경기침체와 고용상황 등을 들고 있지만, 이는 이미 금리에 의해 영향을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금리결정에서는 과잉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실한 사인을 주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상화하지 않으면, 부동산시장 폭등과 과도한 가계부채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담은 한국경제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번 달 금통위에서는 현 지점에서의 경제상황을 고려한 금리결정을 하기보다는,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안겨준 장기간이 초저금리 현상과 과잉유동성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하기를 당부한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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