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청춘사유]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대한민국은 전체 고용 중 정부와 공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내걸었고 이를 통해 행정서비스를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려는 생각이다. 이를 두고 여야가 바라보는 시선은 팽팽하게 대립한다. 지금 이 글은 대립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한 쪽을 열렬히 응원하고자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발짝 물러나서 공무원의 존재의미 즉, ‘공직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대전시청에서 열린 8·9급 공무원 합격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신입공무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대전시

얼마 전 5, 7, 9급 공개경쟁 시험 최종합격자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5, 7급 민간경력경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전자는 노량진에서 공무원을 꿈꿨던 사람들을 위한 자리이고 후자는 민간 기업에서 공직으로 이직하려는 사람을 위한 자리이다. 어쨌든 그들은 같은 꿈을 꾸며 간절히 공무원 시험에 임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들이 꿈꾸는 ‘꿈’이란 과연 무엇일까.

정년이 보장된 삶, 퇴직 이후에도 생활을 보장해주는 연금, 나아가 나의 일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일종의 사명감까지. 이 모든 선물을 종합세트로 받을 수 있는 자리가 공무원이다. 사실 공무원의 존재의미는 국가관(국가·사회에 대한 가치기준), 공직관(올바른 직무수행 자세), 윤리관(공직지가 갖춰야 할 개인윤리)을 토대로 한 공공 서비스의 고도화이다. 국가관, 공직관, 윤리관 등 3개 분야의 9개 핵심 공직가치를 일일이 들여다보면 민간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공무원 헌장 끝자락에는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항시 모든 면에서 신도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성직자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현재는 필기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통해 ‘공직가치’ 평가를 하고 있다. 요즘에는 학원가에 고위 공직자 출신의 스타 강사가 즐비하고 있기에 이러한 면접 준비는 단기간에 누구나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학원을 다닌 사람이라면 공직가치 검증을 무난하게 통과하는 게 일반적이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실제로 단기간에 공직가치를 이해하고 그 뜻을 받아들여 탁월한 국가관, 공직관, 윤리관을 장착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패스트푸드(fastfood)식으로 자아에 일순간 싹 틔운 스타강사의 아바타(avatar)가 숨 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공직자 사회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목민심서(牧民心書)라는 걸작품을 남겼다. 율기편 청심(淸心)편에서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믿음은 성실에서 나오는 것이니, 성실하고도 능히 청렴해야 뭇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공직자의 자세는 청렴과 성실 여하에 따라 결정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러한 청렴과 성실은 단기간 암기로 완성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청렴과 성실로 무장된 공무원이 17만 명이 더 증원된다면 박수치고 환영할 일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공무원 증원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공직에 입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직가치’를 이해시킬 것인가이다. 공무원을 희망하는 시점부터 공직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 탁월한 부분을 파악하여 궁극적으로 공무원에 바람직한 인재상인지 스스로 평가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공무원인재개발법에서 공무원 교육의 최종 목적은 공직가치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잠재적 공무원을 위한 교양차원의 공직가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무료로 강좌를 오픈하면 어떨까.

국가에서 K-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활성화를 주도하는 것의 일환으로 공직가치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및 현장 사례를 발굴하여 프로그램화 한다면 공직가치에 대한 범국민적 차원의 이해도도 높이고 공무원에 대한 신뢰 또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학원가의 스타강사에게서가 아닌, 국가에서 제공하는 내용과 자료를 토대로 ‘공직가치’를 이해하고 ‘공직의 삶’을 꿈꾸는 시대가 온다면 더욱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심규진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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