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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허승화의 요즘론]
허승화 | 승인 2018.11.08 11:25

내가 아직도 DVD를 만들지 못한 이유

영화는 개봉을 통해 스스로의 완성을 만인에게 알린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 상업 영화에 국한된 것이다. 흔히 독립 영화라고 부르는, 남의 자본을 사용하지 않은 영화가 완성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떤 징표가 있어야 할까? 독립영화들은 대개 공공적 성격의 자본이나 본인의 사재를 털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개봉을 하고 IPTV로 넘어가는 일반 상업영화처럼 개봉을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단편 영화라면?

사실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감독 본인 외에는 누구도 완성을 기다리지 않는다. 어쨌든 그러한 영화들도 후반작업까지 모두 마무리 되면 영화제에 배급을 하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DVD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 그것은 일종의 관례였다.

몇 년 전, 배우이자 감독인 구교환 씨는 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라는 단편 영화를 통해서 영화를 만든 후에 연락이 끊기고는 하는 독립 영화 감독들의 현실을 꼬집은 적이 있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제목과 달리 영화는 슬픈 독립영화계 현실의 반영이지만, 어쨌든 저런 영화가 나올 만큼 독립영화 감독들은 영화를 완성하기 어려워 한다. 왜일까?

ⓒ픽사베이

독립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게으름과 경제적 결핍이 그런 걸 더 크게 만들기는 했겠지만 내 경우에도 그랬다. 몇 편의 단편 영상물을 만들어본 나의 입장에서 영화란, 감독 한 사람에게 모든 압력이 몰리는 비인간적이면서 비효율적인 과정이었다. 물론 그 과정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감독 본인이다.

스스로 만들고자 했으니 스스로 돈을 내고 스스로 시작했으니 스스로 끝을 맺는 것은 당연하다. 결자해지 해야 하는 것이 진리인 것이다. 그러나 돈의 부족과 시간의 부족,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민폐를 끼쳐야 한다는 사실이 그 과정 내내 감독을 괴롭게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1년 전에 찍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 아직 누구에게도 DVD를 줄 수 없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완전히 자본적으로 독립된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찍기 전

영화를 찍기 전에 감독은 시나리오를 이미 쓴 상태여야 한다. 다 썼다고 생각하고 있었더라도 함께 일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생기면 이야기는 수정되기 시작한다. 차례대로 5-10고 정도까지 나온다. 바뀌고 바뀐 끝에 가장 중요한 알맹이만 남기고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수정되었다. 찍기 직전까지 고치지만 확신은 생기지 않는다.

찍을 때

찍을 때 감독은 모든 사람의 질문을 받는다. 모두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 감독은 확신이 없지만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확신 있는 척이라도 한다. 어쩌면 현장에서 최고의 연기자는 감독이다.

매 순간, 감독이 벌인 일을 함께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며칠 간의 꿈(그게 악몽이든 뭐든 간에) 같은 시간이, 더디지만 확실하게 지나간다. 그 결과로 외장하드에 파일들이 쌓인다. 외장하드 용량 1테라-2테라가 꽉 찬다. 감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성취감을 느낀다.

찍은 후

며칠 간 현실을 대면하지 않고 도망 다니다가 컴퓨터 앞에 앉는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떠넘긴 이자들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한다. 생각보다 결과물은 처참하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으며 사운드와 영상의 싱크를 맞추고 우선 원래의 계획대로 영상을 자르고 붙인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의 영상이 눈 앞에서 30분이 넘게 상영된다. 보고도 믿기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준다. 끔찍한 소리를 듣는다. 그 후에도 똑같은 과정이 서른 번쯤 반복되고 꿈에도 그 영상들이 상영될 즈음 제 풀에 지쳐 종전을 선언한다. 겨우 편집이 끝났다. 중간 중간 알바도 한 것이 생각난다. 정신차려 보니 5개월쯤 지나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편집만 끝났을 뿐이다. 겸연쩍지만 몇 개월 만에 배우들을 불러내서 밥을 사며 후시 녹음을 알린다. 후시 녹음을 하면서 한 치 앞의 미래도 내다보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백 번 쯤 반성한다. 후시 녹음이 끝났지만 사운드 믹싱이라는 과정이 남아있다. 사운드 믹싱은 돈이 있다면 어려울 것은 없다. 돈이 없다면, CG까지 해야 한다면…. 이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그 후에도

해야 할 것은 산더미다. 수많은 사람에게 감사 인사, 배급, 기다림, 기대와 실망, 눈물, 웃음 그리고 음주.

간헐적인 연락과 부끄러움과 겸연쩍음. 살아 있어서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의 압축버전.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내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겨우 20분 짜리 영화가 1년째 나를 괴롭히는 신비로운 상황을 나는 아직 겪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주변의 독립영화 감독이 오랜 시간동안 DVD나 연락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괘씸하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스스로 택한 올가미에 옥죄이고 있는 중일테니 말이다.  

허승화

영화과 졸업 후 아직은 글과 영화에 접속되어 산다
서울 시민이다.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허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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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화  tmdghk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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