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환골탈태 약속 저버리고 시늉만

다이소의 물류센터 모습=홈페이지

[오피니언타임스=김진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이익 극대화’ 추구를 목표로 하면 그 성장은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기업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직원을 한가족으로 여기며 상생과 공생의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다이소아성산업(다이소)은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직원과 그 가족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다이소아성기업의 실태’라는 제목으로 지난 8월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직원의 가족은 “다이소 안에는 자식들에 대한 생각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면서 부당함에도 소리를 못 내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정의로운 사회, 사람 사는 사회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다이소아성산업의 실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이소에 다니는 어머니를 둔 아들이 올린 글이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다이소에 사원으로 근무하는 한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최근에 더욱 심해진 다이소의 무분별한 횡포를 고발하고자 이렇게 청원에까지 올립니다. 다이소에서 근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과거 몇년 전 제가 복무했던 군대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다이소의 회장님은 현장방문을 많이 하시는 열성적인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1년에 2~3번 정도는 회장님께서 방문하시는데, 그때에는 직원들이 개인사와는 상관없이, 거의 모든 직원이 새벽 4~5시까지 재고정리와 청소를 합니다. 물론 연장근무 수당 같은 건 없습니다.

최근에는 10월까지 다이소가 전국 매장을 3교대 아침 6시부터 일을 한다고 합니다. 본사의 임원과 정직원끼리 협의하고 현장 근무직에게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결정난 사항이니 3교대로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물건을 진열하라는 겁니다. 새벽 6시까지 출근하려면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애로사항이 있는데도 기업에서 오전 6시로 정한 것은 당연히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1.5배를 가산해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야근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겠죠."라며 회사가 야근수당을 주지않으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이소와 관련한 내용이 139건 올라와 있으며, 영업시간·야간배송 등 영업환경 변경으로 인한 다이소의 근로실태를 고발하는 청원글이 많다. 이 가운데는 1000여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도 몇몇 있다.

매출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다이소는 저가 생필품을 판매하는 쇼핑 매장으로 유통업계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다이소가 운영하는 국내 점포수는 지난해 기준 1200여 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1조 6457억원으로 2015년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07년 매출 1000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여 만에 10배 이상 덩치를 키운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다이소는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절대 복종’의 내용이 담긴 각서를 작성토록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다이소는 2001년부터 전국 매장의 현장 노동자를 상대로 이행각서를 만들어 회사 내부망에 올린 후 사용해 왔다. 해당 각서에는 사내 또는 관계 회사 간 전출, 출장, 대기 등 발령이나 상사의 업무상 지시,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내·외에서 직원을 선동하거나 회사의 허가 없이는 방송, 집회, 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을 하거나 미수에 그쳤을 경우 당사 취업규칙에 의거해 당연 면직 또는 어떠한 조치도 감수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매장 근무 시 착용하는 셔츠 구입비용에 대해서는 급여에서 공제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칠 때에는 손해액을 변상하고 민·형사상 어떤 책임도 감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해당 각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다이소 측은 일부 점포에 국한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본사와 직영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당 각서를 줄곧 사용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다이소는 전국 매장에 각서를 파기하고 컴퓨터에 남아 있는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은폐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은 다이소 본사와 직영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다이소는 2001년 문제의 이행각서를 만들어 회사 내부망에 올린 뒤 전국 매장의 현장 노동자를 상대로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다이소 측은 “회사가 그동안 성장에만 매달리다 정작 다이소 가족인 직원들을 세세히 살피지 못한 점을 아프게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직문화 혁신과 직원 근무여건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환골탈태시키겠다는 다이소 측의 말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여론을 잠시 무마하기 위한 사과문에 불과했다는 점이 최근 국민청원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 인터넷매체의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다이소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매장에선 매출부진을 이유로 야간근로가 추가되고 매달 받던 수당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소 현장에서 느끼는 직원들의 고충도 변한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야간배송은 또 다른 고초라고 한다. 다이소는 원래 오픈 시간 전 상품입고와 매대진열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 이같은 정책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매장에선 기존 오전·오후 조 외에 야간배송 조 등 3교대로 근무시간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지난해 12월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나왔던 문제다. 또 대표이사가 매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 점포로 지원을 나가기 위해 저녁 9시부터 새벽 3~4시까지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매장을 정리하고 상품을 다시 진열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다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의 근로형태는 지난해 불거진 ‘갑질’의 연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매일 기업의 갑질이나 부당한 처사를 고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이제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보고 눈감고 있을 국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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