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풀리려 분식” VS “관행대로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비리 재판에서 분식회계를 두고 검찰과 증인이 맞섰다. 사진은 매출액 과대 계상 등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하성용 전 KAI 사장이 2014년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는 모습ⓒKAI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하성용 전 사장 등을 피고로 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비리 재판에서 검찰과 증인이 분식회계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론 방 모 전 KAI 경영관리팀장(현 재무관리팀장)이 나왔다.

쟁점은 KAI가 협력업체에 준 선급금으로 매출액을 인식한 회계를 분식으로 판단할지 여부였다.

검찰은 KAI가 사업 진행률로 매출액을 잡지 않고 선급금으로 매출액을 계상한 건 분식회계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하성용 전 사장과 심 모 전 재경본부장(상무) 등 경영진이 선급금을 과다 지급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등 실적을 거짓으로 꾸몄다고 주장한다.

피고 측은 KAI에 분식회계 고의성이 없는 데다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 회계기준에 맞춘 처리가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검찰은 경영관리팀에서 작성한 경영기획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제시했다. 검찰은 “하성용 전 사장 등 경영진이 원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맞추려고 자료를 만들지 않았나”고 했다.

방 팀장은 “보고서에 나온 실적은 실제 수치가 아니라 전망”이라며 “반영하지 못한 리스크도 일부 있지만 전체 프로젝트 상황을 고려해 보고서를 썼다”고 했다.

검찰은 “심 전 상무가 하성용 전 사장에게 보고한 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지 않았나”며 “2016년 말 수리온 협력업체에 선급금을 1000억원 이상 내준 건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했다.

방 팀장은 “심 전 상무에 관해선 모른다”며 “선급금 집행은 이미 계획이 잡혀 있었다. 특히 수리온 3차 양산 사업은 납품 기한이 짧다. 협력업체들이 자금 부족을 겪을 수 있어 (선급금을 줬다)”고 했다.

검찰은 “상식적으로 회사가 실제 사업 현황을 확인하지 않고 물건도 안 들어왔는데 선급금을 대주고 매출액을 잡나”고 했다. 방 팀장은 “입사 이후 줄곧 선급금으로 매출액을 계상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회계 기준에 어긋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에어버스와 협상하면서 선급금 지급률을 10%에서 40%로 올린 이유가 뭔가”라고 했다. 방 팀장은 “부품 단가를 깎는 대신 선급금을 많이 주기로 했다”며 “방위사업청 승인을 받은 사안이다. 제가 품의서도 썼다”고 했다.

검찰은 “증인이 조사 때와 다른 답변을 하고 있어 증인신문이 어렵다”고 했다. 방 팀장은 “검찰 조서에 제가 하지 않은 말이 있다”며 “경리팀 김 모 과장 등 다른 동료 증언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추후 증인신문에서 김 과장 등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조서를 확인시켜줬을 텐데 왜 바로 고치지 않았나”고 물었다. 방 팀장은 “수정할 부분이 너무 많아 그 자리에서 고쳐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며칠만 출두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50일이나 조사를 받아 지친 상태였다”며 “법원에서 다시 진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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